고문방지위 심의서 “당시 폭력집회”
물대포 진압 경찰력 남용은 뒷전
18개월째 제자리 수사도 지적 안해
위원회 “사법처리 결과 재보고 하라”
물대포 진압 경찰력 남용은 뒷전
18개월째 제자리 수사도 지적 안해
위원회 “사법처리 결과 재보고 하라”
법무부가 이달 초 열린 유엔(UN) 고문방지위원회 심의에서 백남기 농민 죽음과 관련해 집회의 폭력성 문제를 집중 부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남기씨 사망사건 수사는 1년6개월째 제자리이지만 이런 사실은 제대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위원회는 내년 5월까지 백씨의 사망과 관련한 검찰 수사 결과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14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등 유엔 고문방지위의 한국 심의를 맡고 있는 국내 64개 시민단체가 작성한 보고서 등을 보면, 지난 2일 법무부 등 한국대표단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위원회 심의에서 경찰력 남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번 심의는 2006년 이후 11년 만에 열린 것으로, 그동안 ‘고문 및 그 밖의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의 방지에 관한 협약’ 등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검토하는 자리였다.
당시 법무부 관계자는 백씨가 물대포를 맞은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를 언급하며 “정부는 합법적이고 평화적인 집회를 최대한 보장하였으나 일부 시위대가 불법시위용품을 미리 준비하고, 예정된 집회가 끝나자 곧바로 과격한 폭력 행위에 돌입했다. 당시 113명의 경찰관이 부상당했다”고 경찰력 남용보다 집회 폭력성에 더 강조점을 뒀다.
법무부 관계자는 또 백씨 사망 관련 수사상황을 묻는 질문에는 “사망 이후에 부검이 실시되지 않아 전문가 의견 수렴 등 다른 방법으로 사망 원인과 경위를 분석하고 가해자 등을 확정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경찰 징계 등은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곤 검찰의 ‘제자리 수사’는 제대로 언급하지 않은 채 부검을 못했다는 점만 부각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백씨 유족들은 2015년 11월 강신명 전 경찰청장 등 7명을 살인미수(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수사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심의에 참석했던 이노공 법무부 인권정책과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한국대표단으로서 검찰로부터 수사 상황을 전달받아 팩트만 전달했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지난 12일(현지시각) 위원회는 한국 심의에 대한 최종 견해를 발표하며, 백씨 사건 처리 결과를 내년 5월12일까지 위원회에 다시 보고하도록 했다. 현재 백씨 관련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김후균)가 수사하고 있다. 백씨의 장녀 백도라지씨는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사고 당시 영상을 보면 아버지가 쓰러진 건 물대포 때문이다. 물대포를 조작한 사람이 가해자인데 아직도 이를 특정하지 못하는 것은 검찰이 스스로 무능을 자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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