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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지금은 검찰·국정원 개혁의 호기다

등록 2017-05-17 18:35수정 2017-05-17 22:26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검찰, 국정원 개혁 어떻게 할 것인가>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촛불에 담긴 적페청산 간절함
그 중에 ‘정치검찰’ 개혁이 핵심
수사·기소 독점의 해소 불가피
상명하복 해소 등 내부 민주화와
법무부의 탈검찰화도 꼭 필요

검찰·국정원 정치적 이용 않겠다는
의지 보이면서 정치권 설득해야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하태훈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개혁의 깃발을 너무 드높였는지, 신호탄이 너무 밝았는지, 개혁 의지가 너무 강했는지 여기저기서 벌써 반발과 저항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 비검사 출신 신임 청와대 민정수석의 행보에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정윤회 사건 재조사가 그렇게 화급한 사안인가”, ‘과거에 눈을 고정한 채 내부 분열을 자극하는 행보’, ‘갈등과 분열을 유발할 과거를 들춰내는 일’이라는 보수언론과 야당의 사설과 논평에서 조직적 반발의 기운이 돈다. 민정수석의 개인사까지 들춰내는 비열함도 서슴지 않는다. 검찰과 국정원의 개혁이 이념 문제가 아님에도 진영논리로 공격하기도 한다. 개혁의 대상인 검찰도 수장의 사표 던지기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말은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할 생각이었다지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에 대한 민정수석의 강한 시그널을 확인하는 순간 사표를 던져버렸다. 저항 없는 개혁이란 애당초 기대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러저러한 태클에 새 정부의 개혁 의지가 무뎌지지 않을까 우려되기도 한다.

민주주의에서 주권자가 누구인지 분명히 보여준 촛불집회에서 적폐청산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검찰과 국정원 같은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을 정치로부터 독립시켜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법치국가를 만들어달라는 요구가 광장을 지배했다. 그중에도 검찰개혁이 핵심이다. 특히 지난 십여 년 동안 검찰은 스스로 개혁의 대상임을 전방위로 보여주었다.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법개혁은 역대 정권이 출범할 때마다 개혁과제로 등장했다. 그러나 검찰개혁의 성적표는 매번 초라했다. 이는 검찰조직이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막아낼 정도로 막강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검찰 출신 국회의원의 친정 보호도 검찰개혁을 막아낸 힘이었다. 후보 시절에는 검찰개혁이 필요하다며 온갖 공약을 발표하지만 막상 대통령 권좌에 오르면 검찰이라는 권력기관을 자기편으로 삼고 싶은 유혹 때문에 검찰개혁이 좌초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 논란이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검찰개혁의 목소리가 되살아났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검찰개혁의 호기다. 전임 대통령과는 달리 촛불대통령이 촛불민심을 받아 검찰개혁의 의지를 강하게 밝힌 데 반해, 야당은 반대할 명분과 힘이 없어 보이고 개혁 대상인 검찰도 국민적 저항을 부른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 신설, 검사장 직선제, 법무부의 탈검찰화 등이 주요 개혁방안이다. 여기에 더해 새 정부는 영장청구권과 검·경 수사권 조정도 개혁과제로 삼고 있다.

검찰개혁의 기본 방향은 검찰권에 대한 민주적 통제와 분권화·전문화여야 한다. 검찰은 내부적으로는 법집행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는 조직과 능력을 갖추어야 하고 외부적으로는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 법집행의 공정성과 엄정성으로 정의 실현에 기여하는 조직이 되어야 한다.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하여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확보와 검찰권의 민주적 정당성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정보원 또한 검찰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에서 대수술이 예고된 권력기관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을 대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 전담 조직으로 재편하고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 및 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현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가정보원 또한 검찰과 더불어 문재인 정부에서 대수술이 예고된 권력기관이다. 문 대통령은 국정원을 대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 전담 조직으로 재편하고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 및 수사 기능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내곡동 국가정보원 현관.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을 대로 잃은 검찰은 이제 그 막강한 권한을 내려놓아야 한다. 비대한 독점 권력이 타락할 수밖에 없음은 역사적으로 경험한 사실이다. ‘권력은 나누고 국민은 참여하고 싶다’는 것이 광화문 광장의 촛불 염원이다. 그래서 국민으로부터 나온 검찰권이 공정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견제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검찰개혁의 핵심이다. 검찰의 수사·기소 독점권은 어떤 형태로든 수술이 불가피하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전담할 기구로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가 방안으로 제시된다. 검찰뿐만 아니라 임명권자인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별도의 특별수사기구를 설치하여 검찰이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는 판검사, 정치인 및 고위공직자가 관련된 권력형 비리와 부정부패 사건에 대해서 수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옥상옥(屋上屋)이라 지적하지만 엄연히 수사 주체와 관할 대상 범죄가 다르니 옥외옥(屋外屋) 구조다.

상명하복의 검찰조직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의 정치 성향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폐쇄적 조직이라는 점이 더해지면 그 권력 행사의 정치적 독립성 및 중립성은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검찰개혁을 위한 우선과제는 무엇보다도 상하관계의 위계질서를 완화해 검찰 내부의 민주화를 이루어내는 것이다. 조직이 관료화, 위계화, 폐쇄화되면 될수록 권력기관화되고 정치적 영향 가능성이 증가하게 되며 검찰이 정치권력에 의해 사유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이제는 검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도 화두가 되어야 한다. 광역자치단체장이나 교육감처럼 지역 주민들이 검찰권력 형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자기 지역 수사기관의 장을 직접 선출한다면 국민에 의한 검찰권 통제가 실현될 수 있고 정치적 독립도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검사장 직선제는 검사동일체의 위계조직이 아니라 병립형 조직구조, 대통령의 인사권으로부터의 예속 탈피, 주민들로부터의 통제 등 순기능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중첩구조는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검사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적 통제체제를 가능하게 한다. 따라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의 확보, 검찰 업무의 객관성·공정성·투명성에 대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하여 두 행정기관을 철저하게 분리시키는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필요하다. 법무부는 국가 법무행정을 총괄하는 기관으로서 국민에게 법무서비스를 제공하고 인권옹호의 임무를 가진 기관이어야 하며, 검찰은 수사 및 기소 기관으로서 두 기관은 적절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여야 한다. 이는 법 개정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 당장 인사권자가 시행할 수 있는 방안이다.

검찰개혁 못지않게 대수술이 필요한 권력기관이 국정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공약사항인 국정원 개혁의 의지를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밝힌 바 있다. 그동안 국정원은 정권 유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살아있는 권력에 봉사하기 위해 민간인 사찰의 인권침해도 서슴지 않았고 불법적으로 국내 정치와 선거에 개입하기도 했다. 국정원을 대북한 및 해외, 안보 및 테러, 국제범죄를 전담하는 해외 전담 조직으로 재편하여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 업무를 전면 폐지하고 수사 기능을 없애는 것이 공약사항이다. 검찰개혁과 마찬가지로 정권교체기마다 대선 주자들이 국정원 개혁을 내세웠지만 실패만 거듭했다. 안보를 악용하는 기득권의 저항으로 인해 국정원을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념의 틀로 바라볼 문제가 결코 아니다. 국정원은 5년 임기 정권마다 흔들리는 조직이 아니라 영원한 국가기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법치국가의 법은 통제와 억압의 도구가 아니라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장치다. 그 핵심에 검찰이 자리잡고 있다. 정치에 예속된 검찰,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검찰을 그대로 둘 수는 없다. 비리로 얼룩진 검찰을 그냥 내버려두어서는 안 된다. 검찰조직을 변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정치적으로 독립된 검찰, 민주화의 가치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검찰, 국민을 섬기는 검찰, 거악을 척결하는 공정과 청렴의 아이콘이 되게 해야 한다. 국정원 개혁도 마찬가지다. 정권에 기여하는 정보기관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미래는 과거와 현재의 정리에서 출발한다. 부당하고 부정의한 과거와 현재를 그대로 두고 설계된 미래는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과거를 묻지 않고 덮어버린다면 그 과거가 되풀이될 수 있다. 과거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성찰만이 건강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이것이 통합의 길이기도 하다. 개혁에는 최고 권력의 개혁 의지 못지않게 시기, 방법과 절차에 대한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검찰과 국정원 개혁에는 입법사항이 포함되어 있다. 반대세력을 설득해야 한다. 여소야대의 유리하지 않은 입법 지형 속에서 입법적 다수를 확보해야 한다. 찬성하지 않은 국민도 주권자이고 보듬어야 할 국민이다. 검찰을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이면서 검찰과 국정원 개혁에 소극적인 국민과 정치권을 설득하고 끌어안아야 개혁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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