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장급 간부 축소 방침과 맞물려 고위급 줄사표 전망
검찰 내부서도 “검찰개혁 스스로 자초” 자성의 목소리
2003년 참여정부 때와 같은 ‘집단항명’은 없을 듯
‘돈봉투 만찬’ 감찰도 본격화…관련계좌 추적 가능성
검찰 내부서도 “검찰개혁 스스로 자초” 자성의 목소리
2003년 참여정부 때와 같은 ‘집단항명’은 없을 듯
‘돈봉투 만찬’ 감찰도 본격화…관련계좌 추적 가능성
청와대가 검사장 축소 등을 포함해 검찰을 겨냥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예고하면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들이 줄사표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참여정부 때 ‘집단항명’과 같은 반발이 되풀이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검찰 내부에서조차 2003년 당시와는 분위기가 다르다는 반응이 많다.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큰 만큼 조직적인 항명은 상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지난 19일 기수·서열을 깬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의 파격 임명과 동시에 이창재 법무부 차관과 김주현 대검 차장검사가 잇따라 사표를 낼 때만 해도 검찰 안팎에선 검찰의 ‘항명’이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완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은 검찰 내부 전산망인 ‘이프로스’에 윤 지검장 임명과 관련해 “이번 인사 제청은 누가 했는지, 장관이 공석이니 대행인 차관이 했는지 등 의문이 든다”는 글을 올렸다. 이 지청장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의 ‘검사와 대화’ 때도 참석해 정권의 검찰 인사 개입에 문제를 제기했던 적이 있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등 현안이 있을 때마다 검찰 쪽 ‘책사’로 꼽히며 논리 대응을 전담해온 인물이어서 검찰이 조직적 반발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여기에 청와대가 현재 47명인 검사장급(차관급) 자리를 축소하겠다는 뜻까지 분명히 하면서, 고위 간부들을 중심으로 한 ‘항명설’에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주말을 지나면서 ‘윤 지검장 임명에 절차적 문제가 없다’는 청와대의 설명에 반발이 잠잠해졌고, ‘법무부 차관’과 ‘대검 차장’에 비교적 무난한 인물들이 신속하게 발탁되면서 ‘항명설’은 찻잔 속 태풍에 그치는 분위기다. 검사들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도 찾아볼 수 없다.
검찰 내부에서도 청와대의 파격 인사가 검찰 파동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한 검사는 “지금 검찰개혁은 검찰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여론 등 분위기를 고려하면 검찰이 조직적으로 항명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검사는 “인적 쇄신 등은 피할 수 없고, 앞으로도 검찰이 권한 내려놓기를 꺼리면 더 큰 사태를 맞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번 검찰개혁 논의에 불씨를 댕긴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 등의 ‘돈봉투 만찬’에 대한 감찰도 본격화하고 있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주말인 20일에도 경기도 과천 법무부 청사에 모여 자료를 점검하고 감찰 진행 방향을 협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찰반은 ‘돈봉투 만찬’ 참석자 10명이 낸 경위서를 들여다보면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있다. 감찰반이 격려금 지출과정의 적법처리 여부를 들여다보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후 이들의 관련 계좌 내역도 추적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주 대면조사 일정은 아직 유동적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부 6명은 오는 23일 열리는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준비에 주력해야 한다. 이 지검장과 안 국장도 인사 발령에 따른 일정 조율이 필요할 수 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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