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2년 출시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자동차를 몰던 ㄱ씨는 지난 1월 ‘변속기 레버’가 갑자기 부러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사진 독자 제공
“운전 중에 자동차 결함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아찔합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자동차를 몰던 ㄱ씨는 지난 1월 ‘변속기 레버’가 갑자기 부러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다행히 사고는 정차 중에 발생했지만, 자동차가 달리는 중이었다면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사고보다 ㄱ씨를 더 화나게 한 건 벤츠 코리아의 사후 서비스였다. 서비스센터 쪽에서는 “고객 과실”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ㄱ씨는 “고객 탓만 하는 것을 보니 황당하다. 피해자들을 모아 집단 소송이라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벤츠 코리아의 변속기 레버 내구성 문제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3년에도 문제가 된 바 있다(
▶ 국민일보 기사 바로가기). 벤츠 쪽의 말을 종합하면 지난해 변속기 레버 관련 고장은 8건으로, ‘소수에게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벤츠는 공식적인 보상을 하고 있지 않다.
ㄱ씨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지난 2015년 9월에는 한 운전자가 광주의 벤츠 코리아 판매점 앞에서 자신의 벤츠 차량을 골프채로 파손하기도 했다. 주행 중 시동이 꺼지는 현상이 반복돼 차량 교환을 요구했지만, 거절 당하자 일을 저지른 것이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벤츠 코리아는 사건이 커진 뒤에서야 같은 차종 720여대를 리콜했다.
지난 2015년 9월 광주 서구의 한 수입차 판매점 앞 거리에서 한 운전자가 골프채로 2억여원에 이르는 자신의 수입차를 골프채로 부수고 있다. 영상 갈무리
지난해 수입차 판매 1위를 기록한 벤츠 코리아가 부실한 A/S를 되풀이해 소비자 반발을 사고 있다. 벤츠 이용자들이 주로 활동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잦은 결함으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최근에는 창문이 끝까지 닫히지 않는 문제가 발생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부 운전자들은 미세먼지가 잔뜩 낀 날이나 비가 오는 날에도 창문을 열고 운전을 해야했다. 서비스센터를 찾아 수리한 뒤에도 같은 문제는 수차례 반복됐다.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벤츠 코리아 쪽에서는 뒤늦게 ‘소프트웨어 오류 현상’이라는 진단을 내렸고 조치를 취했다. 물론 ‘리콜’은 없었다.
한국에서는 소비자들의 자동차 결함 주장이 거의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수입차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정부·국회·시민단체 등 다방면에서 ‘자동차 교환 환불법’ 제정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달에는 공정거래위원회가 7개 수입차 판매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5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점검했는데, 당시 벤츠 코리아는 가장 많은 3개의 불공정 약관조항을 자진 시정했다. 그러나 벤츠 코리아의 ‘부실한 A/S’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여전하다. 벤츠 코리아 관계자는 “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드러나는 문제도 증가했다. 늘어나는 민원에 발맞춰 서비스센터 확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벤츠 코리아의 ‘부실한 고객 대응’에 대한 이용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누리꾼들은 “A/S에 대한 여론을 전달하고 싶어도, 공식적인 창구로의 연결이 쉽지 않다. 실제 벤츠 공식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쪽에 문의해도 “벤츠 코리아의 보증 규정을 따르고 있다”는 답변 뿐이다. 결국 한성자동차 등 공식 딜러사들은 벤츠 코리아에, 벤츠 코리아는 서비스센터에 떠넘기기식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부 판매점에서 판매에만 급급하고 사후 서비스는 나몰라라 하는 ‘묻지마 판매‘도 구설에 올랐다. 법률사무원 김아무개씨는 “일부 벤츠 자동차에 설치돼 있는 변속기 레버의 내구성이 약하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런데도 발생 가능성이 있는 결함을 판매사원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척 전혀 공지하고 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허정택 변호사는 “값 비싼 수입차에 선호 현상은 품질과 안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일부 결함을 인지하고도 이용자들에게 공지하지 않는 행태는 법적으로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5만6천여대를 팔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판매량을 기록했던 벤츠 코리아는 현재 51개의 서비스센터를 두고 있다. 벤츠 코리아는 올해 안에 서비스센터를 55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유덕관 기자
yd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