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이 즐겨보는 유명 BJ 유튜브 검색하니
1만6천여개 동영상…욕설·폭력 난무
별도 회원가입·성인인증 필요 없어
아이들, 모방 동영상 제작해 올리기도
“BJ와 사업자에게 책임 물어야”
1만6천여개 동영상…욕설·폭력 난무
별도 회원가입·성인인증 필요 없어
아이들, 모방 동영상 제작해 올리기도
“BJ와 사업자에게 책임 물어야”
서울 성북구의 한 방과 후 돌봄센터 교사 전아무개(23)씨는 요즘 센터에 다니는 초등학생들을 볼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학생들이 친구들과 함께 쉬는 시간마다 휴대폰을 꺼내 욕설이 난무하는 동영상을 즐겨 보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인터넷 방송진행자(비제이·BJ)가 힘주어 욕할 때마다 박장대소를 하곤 한다. 전씨는 “아이들에게 욕하는 영상을 보지 말라고 주의를 줘도, ‘학교에서 다른 애들도 다 본다’며 계속 본다. 저학년 학생들도 형들을 따라서 동영상을 볼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욕설과 폭력이 난무하는 유해 영상에 초등학교 학생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즐겨보는 유명 비제이 신아무개씨를 유튜브에 검색해보니 약 1만6000여개의 동영상이 쏟아져 나왔다. 축구를 하던 초등학생에게 공을 던져 머리를 가격하거나, 길을 지나가는 초등학생의 뒤통수를 때리고 욕설을 퍼붓는 식이다.
지난 20일에 올라온 한 영상에서는 중학생으로 추정되는 남학생 한 명을 차에 태운 뒤 “지금 널 납치하고 있다. 집 안 창고에 가두겠다”며 납치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신씨는 약 2분 가량 이동한 뒤 “마취 마스크를 안 가져왔다”며 남학생을 하차시켰는데, 해당 영상은 지금까지 50만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별도의 회원가입이나 성인인증이 필요없어 어린 학생들도 쉽게 시청이 가능하다.
유해 영상을 접한 아이들은 이를 따라하는 모방 동영상을 제작해 올리기도 한다. 욕설과 음담패설로 가득한 신씨의 랩을 어린 아이들이 암기해 따라 부르는 영상은 유투브에 5월 한 달에만 400여건 올라왔다. 이 외에도 길을 지나가는 여학생들의 머리를 때린 뒤 도망가거나, 지하철과 길거리에서 고성을 지르는 등 동영상 속 비제이의 행동들을 모방하는 영상이 끊이지 않고 올라오고 있다.
초등학생 학부모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인 ‘초등맘’에서는 유튜브에서 부적절한 동영상을 차단하는 ‘제한 모드’ 설정 방법이나 ‘유해물 차단 애플리케이션’ 등의 정보가 활발히 공유된다.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최진봉 교수는 “아이들은 사회적으로 미성숙하기 때문에 유해 영상에 대해 크게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즐기게 된다”며 “명백히 불법적인 유해 영상에 대해서는 비제이와 동영상 플랫폼 사업자 양쪽에 책임을 물어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금비 기자, 최호진 교육연수생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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