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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이건희 집 공사한 업자 “삼성요구로 세금계산서 미발행”

등록 2017-05-31 05:00수정 2017-05-31 08:32

이건희·이재용 집 공사한 업자가 경찰 출석 진술
3년 묵은 수표로 지불…“횡령 또는 비자금 가능성”
8일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국민연금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8일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 앞을 직원들이 지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자문을 맡고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에 반대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국민연금에 전달했다. 연합뉴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등 일부 대기업 총수들의 자택 인테리어 공사를 맡아온 업체에 대한 경찰 수사는 표면적으로는 인테리어 업체의 세금 탈루를 겨냥하고 있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과 관련된 비자금 조성의 불법성이나 회삿돈 횡령 가능성에 대한 수사 쪽으로 본류가 이동할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 자택 등의 인테리어 공사를 도맡아온 ㄱ업체 관계자는 최근 경찰 소환 조사에서 “삼성물산에서 나온 직원이 ‘모든 공사 대금은 수표로 결제하겠다’고 통보했고 우리는 그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며 “삼성물산의 요구로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30일 경찰 설명을 종합하면, 삼성물산이 사용한 수표는 일련번호로 이어져 있었다. 삼성물산은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공사비용으로 2013년 8월5일 2900만원, 2013년 8월7일 400만원을 각각 100만원권 수표로 지급했다. 이때 사용된 수표는 모두 신한은행 강남역 지점에서 2010년 3월29일 발행됐다. 현금이나 다름없는 수표 뭉칫돈이 3년여 동안 어딘가에 보관돼 있다가 일괄 지출된 셈이다.

2013년 2월21일 공사대금 8300만원으로 건네진 100만원권 수표는 2011년 12월22일 우리은행 한 지점에서 발행됐고, 2013년 8월5일 공사대금 2900만원으로 건네진 100만원권 수표는 2010년 3월29일 신한은행 한 지점에서 발행됐다. 김경율 회계사는 “오래전 발행된 수표를 갖고 있다가 결제에 사용했다는 뜻인데, 상장 대기업이 현금과 다름없는 자기앞 수표를 장기간 동안 보유한다는 건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삼성물산이 지급한 수표가 각각 다른 은행에서 발행된 수표인 경우도 있었다. 2014년 2월11일 공사대금으로 지불하며 사용한 100만원권 수표 일부는 외환은행 한 지점에서, 또 다른 일부는 신한은행 한 지점에서 발행된 수표였다. 2014년 2월 공사대금용으로 수표를 발급받은 게 아니라 다른 곳에서, 다른 목적으로 발급한 수표를 어딘가에 모아뒀다가 한번에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우선 삼성물산이 사용한 수표 출처를 밝히는 데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에 따라 회삿돈을 횡령한 것인지, 이 회장 비자금인지가 가려지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삼성물산 법인 자금으로 이 회장 일가 인테리어 공사대금을 지급했다면 횡령이 될 수 있다. 이 회장 일가의 비자금이라면, 2008년 삼성특검 수사로 드러났던 비자금인지, 새로운 비자금인지 등을 규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지난 29일 인테리어 공사비 관련 의혹을 제기하려고 준비 중인 한 시민단체 관계자에게 “공사대금 중 일부는 2008년 특검이 밝혀낸 비자금에서 지급됐다”면서도 일부는 출처 소명을 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비자금의 실체는 10년 전 김용철 변호사의 ‘양심선언’으로 처음 드러났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을 지냈던 김 변호사는 2007년 10월 기자회견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지시로 비자금을 관리해왔다”고 밝혔다. 이후 삼성 비자금 특검 수사 결과,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예금, 주식, 채권, 수표를 비롯해 총 4조5373억원(2007년 12월 평가 기준)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비자금은 모두 전·현직 임원 486명의 명의로 된 1199개 차명계좌에서 관리되고 있었다.

삼성 비자금이 또다시 논란이 된 것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심 동영상’이 공개되고 나서다. 당시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는 “동영상 촬영 장소 가운데 한곳인 서울 논현동 빌라의 전세자금 13억원은 2008년 특검 수사로 드러난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허재현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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