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가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으로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원이 최순실씨와 공모해 ‘이대 입시·학사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청구한 정유라(21)씨의 구속영장을 3일 기각했다. 검찰은 크게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면밀히 검토해 조만간 정씨의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판사는 이날 새벽 1시27분께 “청구된 범죄사실에 따른 피의자의 가담 경위와 정도, 기본적 증거자료들이 수집된 점 등에 비추어, 현 시점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정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앞서 전날 오후 진행된 정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는 검찰과 정씨의 변호인단이 구속수사의 필요성을 두고 3시간30분 동안 치열하게 다퉜다. 검찰 쪽에서는 정씨를 조사한 이원석 특수1부장검사 등이 직접 나섰으며, 정씨 쪽에서는 최순실씨의 변호인이기도 한 이경재 변호사를 포함해 권영광·오태희 변호사 등이 법정에 나왔다. 검찰은 정씨가 이대 입학·학사 비리의 단순 수혜자가 아니라 이를 어머니 최씨와 공모한 ‘행위자’라는 사실을 강조했으며, 그동안 추가조사를 통해 확보한 증거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씨의 변호인단은 “꼭 구속해서 조사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불구속 수사가 맞다. 이대 입시·학사 비리 등도 재판을 통해 사실관계가 거의 다 드러났기 때문에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고 재판부를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지도 주목된다. 검찰은 정씨의 구속영장에 ‘이대에 부정입학하고, 학점 특혜를 받은 혐의’(업무방해)와 ‘청담고 재학 때 허위 서류를 제출해 출석을 인정받은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 두 가지만 적용했지만, 이는 체포영장 집행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확실히 입증할 수 있는 혐의만 적용한 것이다.
하지만 내심 검찰이 정씨를 상대로 조사하고 싶은 핵심은 ‘삼성 뇌물 사건’이다. 최씨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뿐 아니라, 둘 사이를 연결해준 박 전 대통령 역시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정씨의 진술은 ‘삼성 뇌물 사건’의 공소유지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정씨는 삼성으로부터 승마 지원을 받은 직접적인 당사자일 뿐 아니라 지원 과정을 누구보다 자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검찰은 삼성이 독일 현지법인 ‘코레스포츠’에 77억원을 송금한 게 ‘승마선수단을 지원하려는 것이었다’는 최씨의 주장에 설득력이 없다고 보고 있다. 정씨를 상대로 왜 다른 선수들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등도 조사해야 한다. 이밖에 독일 부동산 등 최씨 모녀의 국외재산 규모 등도 규명 대상이다.
검찰이 이날 강경하게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도 향후 계획된 이런 조사 등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수사팀 내부에선 정씨가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으면 최씨와 말을 맞출 가능성이 크고, 효과적인 조사가 어렵다는 점에서 보강 수사를 통한 영장을 재청구해야 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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