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추진 중인 여러 검찰개혁 과제 가운데 ‘법무부의 탈검찰화’가 가장 먼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지명 직후인 11일 현안 가운데 유일하게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강조한 데 이어, 12일 지명 소감을 밝히는 자리에서도 이를 거듭 강조하고 나섰다. 전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도 “(안 후보자 발탁은) 문재인 대통령의 ‘법무부 탈검찰화’ 약속을 이행한다는 의미가 담겼다”고 말한 바 있다.
법무부 탈검찰화는 그동안 검찰개혁 현안 가운데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보다 특별히 주목받지 못했다. 안 후보자가 다른 현안 대신 이 문제부터 들고나온 것을 두고는 향후 전반적인 검찰개혁을 대비한 ‘포석’의 성격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법무부가 막강한 권한을 가진 검찰을 지휘·감독하는 일을 맡고 있지만, 검사 파견 형태로 검찰이 법무부를 장악한 탓에 이 기능이 사실상 무력화한 상황에 주목하는 것이다. 탈검찰화를 통해 엘리트 검사 중심의 내부 카르텔을 제압하고, 법무부가 검찰개혁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법무부 과장급 이상 64개 직책 가운데 현직 검사들이 파견 형태로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30개에 이른다. 최근 참여연대가 낸 ‘법무부와 검찰의 유착 근절 및 정상화’ 자료를 보면, 6월 현재 법무부에 근무하는 현직 검사는 88명이나 된다. 어지간한 지방검찰청의 검사 정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법무부에 파견된 검사들은 업무를 보좌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법무부 정책을 좌우하는 핵심 요직을 꿰차고 있다.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법무부 장·차관을 비롯해 검찰의 예산·인사를 담당하는 검찰국장, 법무실장, 기획조정실장, 감찰관 등 ‘법무부 빅6’로 꼽히는 자리를 거친 44명 가운데 43명이 검찰 출신이었다. 현행 검찰청법이 ‘검사가 법무부 직원을 겸임할 수 있다’(44조)고 규정해, 검사들의 법무부 보직을 자유롭게 허용했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파견검사는 법무부에서 경력을 쌓고, 청와대와 국회 등을 상대하며 인맥을 넓힐 수 있다. 검찰 고위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80년대까지는 검사들이 법무부에 가지 않으려 해서 법무부 근무를 지방근무로 쳐주고 복귀할 때 검찰 내 좋은 보직을 약속해줬다. 그러던 법무부가 지금은 엘리트 검사들이 거쳐 가며 검찰 내 인맥을 쌓는 곳으로 바뀌었다”고 전했다.
검찰 출신이 1~2년 정도 법무부 핵심 보직을 맡다 돌아가는 관행이 정착되면서, 검찰은 수사 분야를 넘어 조직의 행정과 관련된 권한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검찰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스스로 바꾸거나 외부로부터 견제받을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법무부가 그동안 고유기능인 인권 보호 구실을 제대로 못 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내부 역량을 제대로 축적하지 못한 것도, 결국 검찰 인력들이 핵심 보직을 차지하고 중요한 결정을 대신한 탓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법무부의 탈검찰화를 위해 현직 검사의 파견을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데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비롯해 자유한국당·바른정당·정의당 후보들이 모두 검사의 법무부 파견을 전면, 또는 제한적으로 금지하는 데 동의한 바 있다. 홍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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