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해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장 시절 학생들에게 고성을 지르며 언쟁을 벌인 동영상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고려대 총학생회(이하 총학생회)가 조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총학생회는 13일 자정께, 페이스북 페이지에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게 사과를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웹 홍보물을 게재했다. 글을 보면, 총학생회는 “고용노동부 장관 인선은 고려대학교 학생들을 실의에 빠지게 했다”면서 “당시 조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보였던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조 후보자가 장차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갈 적절한 인물인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운을 뗐다.
앞서 고려대는 지난해 평생교육 단과대인 ‘미래대학’ 설립을 추진하다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에 계획을 철회한 바 있다. 당시 교무위원회에서 미래대학 설립에 대한 안건이 상정돼 통과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학생들이 회의장을 찾아가 항의를 했고, 이 과정에서 언쟁이 벌어진 것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고려대학교 교육방송국이 제작한 영상을 보면, 당시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영상 속 등장한 조 후보자는 교무위원회에 참석했고, 회의장 밖에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 안건의 상정이 예정돼 있던 회의를 중지하라는 학생들의 항의에 맞섰다.
조 후보자는 학생들을 향해 “교무위원회를 중지하라고 해서 중지한 거야. 여기서 무슨 논의가 되고 있는지 니들은 모르잖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학생들의 항의가 계속되자 조 후보자는 “끝나야 알려줄 것 아니야”라고 다시 소리쳤다. 이에 학생들은 “반말하지 마시라”며 조 후보자에게 재차 항의했고, 조 후보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고. 예, 학생님들”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은 “비꼬지 말라”고 했다.
총학생회는 “교무위원과 학생들 간의 대치 과정에서 조대엽 후보자가 학생들에게 호통을 치고 비아냥으로 일관하는 등 민주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촛불 민심을 받들어 과감한 개혁을 추진해야 할 문재인 정부의 초대 고용노동부 장관 자리는 노사정의 대타협을 비롯한 여러 노동 현안들에 대해 책임져야 할 막중한 자리”라면서 “조 후보자의 정책 역량과 비전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는 고려대학교 학생들에 대한 적절한 사과가 선행된 후에 이뤄지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총학생회는 “조 후보자의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대학 민주주의에 대한 조 후보자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고려대 교육방송국 영상 화면 갈무리
고려대 교육방송국 영상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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