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1공학관에서 피의자 김아무개(25)씨가 사용한 사제폭발물의 잔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수연구실에 사제폭발물을 갖다놓아 교수를 다치게 한 대학원생이 논문 지도 과정에서 해당 교수와 불화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생은 지난 4월 러시아 폭탄테러 뉴스를 접한 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4일 오전 “피의자 김아무개(25)씨는 지난 4월3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보도를 접한 뒤 지난달께 폭발물을 이용해 김 교수를 다치게 할 마음을 먹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본인의 공학 지식을 이용해 지난 10일 폭발물을 완성한 김씨는 사흘 정도 범행 실행 여부를 고민하다 13일 실행에 옮겼다. 범행에 사용된 텀블러는 연구실에서 사용했던 텀블러였고, 박스의 테이프를 뜯으면 기폭장치가 작동하는 형태였다.
경찰은 김씨가 준비 중이던 논문과 관련해 피해자인 지도교수 김아무개(47) 기계공학과 교수와 갈등을 빚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 교수의 명예훼손 여부 등을 고려해 정확한 범행 동기를 밝힐 수 없지만, (피의자가) 논문 지도 과정에서 교수와 불협화음이 있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속적인 교수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가 범행 당일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새벽 3시께 연구실에 들러 3디(D) 프린터를 가동하는 등 연구 활동을 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김씨는 연구실에 머물다 아침 7시41분부터 44분 사이 미리 준비해둔 폭발물을 교수 연구실 문 앞에 갖다둔 뒤 하숙집으로 돌아갔다. 김씨는 경찰이 하숙집을 방문했을 때 “내가 하지 않았다. (학교) 시시티브이(CCTV)에 찍힌 것도 연구를 하다 잠을 깨기 위해 돌아다닌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13일 밤 경찰이 하숙집 근처에서 발견된 화약성분이 묻은 수술용 장갑 등의 증거물을 제시하자 범행을 인정했다고 한다. 경찰은 “폭발물 사용죄에 더해 상해죄나 살인미수죄를 별도로 적용할 수 있을지 법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밤 늦게 김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