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피의자 김아무개(25)씨가 사용한 사제 폭발물의 잔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교수연구실에 사제폭발물을 설치해 교수를 다치게 한 대학원생이 연구 지도 과정에서 담당 교수에 대해 반감을 가진 뒤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15일 오전 “피의자 김아무개(25)씨는 평소 연구 지도과정에서 지도 교수와 의견충돌 등으로 인해 반감을 가져오다, 5월 말 자신이 작성한 논문과 관련해 크게 꾸중을 들은 후 범행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피해자인 김아무개(47) 기계공학과 교수가 지도해온 연구원 9명 가운데 한 명이다. 김씨는 앞서 4월 초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를 보고 폭발물을 이용할 결심을 했고, 5월 말 학술지에 게재할 논문의 연구 과정과 결과에 대해 지도 교수에게 꾸중을 들은 뒤 본격적인 폭발물 제조에 돌입했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찰은 “피의자가 진술에서 교수에게 욕설을 들었다고 표현했지만, 구체적인 말을 보면 일반인들이 보기에 욕설로 보기 어려운 면이 있다”며 “같은 연구실에 있는 연구원들의 진술은 ‘(듣기에) 힘든 정도였다’와 ‘그 정도는 (교수가) 할 수 있는 얘기다’로 나뉜다”고 밝혔다. 김씨는 교수가 다른 연구원들이 있는 장소에서 논문에 대한 꾸중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피해자는 논문 작성 과정에 이견이 있어 교육적 의도로 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며 “교육자적인 입장에서 피의자에 대한 처벌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14일 밤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날 오전 서울 서부지법에서 구속전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린다.
이날 오전 구속전피의자심문을 위해 서대문경찰서에서 나와 경찰 호송차에 올라탄 김씨는 범행 동기, 심경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했다. 구속영장 심사 결과는 늦어도 오후 1시께 나올 예정이다.
앞서 13일 오전 8시30분께 연세대학교 1공학관 4층에 자리한 김 아무개 교수 연구실에서 사제 폭발물이 연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교수는 목과 손, 가슴 부위에 1~2도 정도의 화상을 입고 인근 세브란스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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