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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단독] 대법, 비위통보 없었다더니…“정식 아니지만 통보 받아” 말바꿔

등록 2017-06-16 05:01수정 2017-06-16 08:40

확인 요청 때와 다른 해명 내놔
책임 회피하려 ‘비공식 통보’ 강조
검찰 “총장 재가받은 공식 공문”
대법 “징계 공문으로 보지 않아”

비위사건 뭉갠 당사자 설명 없어
내부 “양승태 원장 몰랐을 리 없다”
※이미지를 누르시면 확대됩니다
대법원이 ‘부산고법 문아무개 전 부장판사 비위통보 묵살 의혹’이 불거지자 잇따라 석연찮은 해명을 내놓으며 파장 축소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법조계 인사들은 대법원이 애초 징계위 회부조차 하지 않은 자신들의 행위를 은폐하고, 양승태 대법원장에게까지 ‘불똥’이 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주초 <한겨레>가 정식 확인 요청을 했을 때만 해도 대법원은 “검찰에서 윤리감사실로 비위사실 통보가 온 것은 없다. 당시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이 (개인적으로) 받았는지는 (퇴직자라서)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다 15일 기사가 나가자 대법원은 말을 바꿨다. 요약하면, 정식 공문이 아닌 형태로 검찰의 통보를 받은 사실은 있고, 이걸 윤리감사실에 맡겨 검토하게 한 뒤 문 판사가 소속돼 있는 법원장을 시켜 엄중경고를 했다는 것이다.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판사에 대한 검찰의 ‘비위사실 통보’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뭉갰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교통 안전거울에 반사된 서울 서초동의 대법원 청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판사에 대한 검찰의 ‘비위사실 통보’를 받고도 이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뭉갰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교통 안전거울에 반사된 서울 서초동의 대법원 청사.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그러나 이런 해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고를 받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한 문 판사의 말 한 마디에 설득력을 잃게 됐다. 결국 대법원이 당사자에게 내린 실질적 ‘조처’는 없는 것으로 드러난 셈이다.

대법원은 더 중요하고 심각한 의문, 즉 문 판사 건을 뭉개고 덮은 ‘주체’가 누구인지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또 최고 수장인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런 일련의 경과를 알았는지에 대해서도 “확인해 보겠다”는 막연한 답변만 내놓았다. 대법원 내부를 아는 사람들은 이 정도 심각한 사안을 원장이 몰랐을 리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면서도 대법원은 검찰의 비위사실 통보에 대해 “공식적 징계 절차를 진행해야 하는 공문으로 보지 않았다”며 ‘절차’ 문제를 유난히 강조했다. ‘비공식 공문’이니 징계 회부의 의무가 없고, 따라서 대법원의 잘못도 없다는 논리다.

검찰의 설명은 전혀 다르다. “검찰 권력이 세다고 하지만, 법원 앞에서는 철저한 ‘을’이 검찰이다. 수사 과정에서 법관 비리가 나와도 웬만해선 법원에 보내지 않는다. 문 판사 건을 통보한 것은 비위 정도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총장 재가를 받아 행정처 차장에게 밀봉해서 보내는 것 이상으로 예우를 갖춘 공식 문서가 또 있을 수 있는가.”(검찰 관계자)

대법원이 문 판사 건을 쉬쉬하며 처리한 것을 두고, 법조계에선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이 ‘최대 치적’으로 추진중이던 ‘상고법원’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 판사를 징계해 사실관계가 외부에 알려지면 여론이 나빠질 수밖에 없고, 가뜩이나 청와대가 마뜩찮게 생각하고 있던 상고법원 추진에 제동이 걸릴 것을 우려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문 판사가 사직한 시점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제대로 경고조차 받지 않았던 문 판사는 고법 부장 승진을 기다리다 지난 1월말 갑자기 법복을 벗었고, 당시 부산에서 진행 중이던 검찰의 ‘엘시티 수사’ 때문이 아니냐는 애기가 돌았다. 당시 검찰은 문 판사가 엘시티 사건으로 구속된 현기환 전 정무수석, 골프·룸살롱 접대를 한 건설업자 정아무개씨와 자주 어울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었다. 현 전 수석이 2016년 12월 구속되자, 다음달인 1월에 대법원이 부랴부랴 문 판사를 내보낸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중견 변호사는 “양 대법원장이 수장으로서 지금이라도 사실관계를 솔직히 털어놓고, 책임 질 사람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결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강희철 기자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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