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 논문 주제 선정부터 선행 연구 조사, 통계처리 방식까지 일일이 지도해주는 ‘논문 컨설팅’ 업체들이 성행하고 있다. 업체들은 ‘대필이 아니라서 법적으로 문제 없다’는 태도다. 하지만 대필로 볼 여지도 충분할 뿐더러, 불법에 이르지 않는다해도 연구윤리상 용납하기 힘든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상의 박사에게 받는 1:1 맞춤형 논문 강의’, ‘주제선정에서 설계·조사·논문 작성까지, 논문의 시작과 끝’. 온라인에 ‘논문 컨설팅’이라고 검색하면 등장하는 업체들의 홍보 문구다. 일정액의 컨설팅 비용을 내면 석·박사 학위 논문의 주제 선정에서부터 통계 조사, 논문 작성법까지 지도해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한겨레>가 18일 확인해보니 이런 명목을 내세우고 영업 중인 업체가 4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업체들은 누리집에서 논문 ‘대필’이 아닌 ‘지도’이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논문 작성의 전 과정을 세세하게 컨설팅 업체에 의존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있다. 지난 1999년 대법원이 논문 대필을 업무방해로 판결한 판결문을 보면, “자료를 분석, 정리하여 논문의 내용을 완성하는 일의 대부분을 타인에게 의존하였다면 그 논문은 타인에 의하여 대작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나와있다.
실제 논문 컨설팅 업체들은 논문 주제 선정에서부터 글 작성까지 깊게 관여하고 있었다. 사전에 지도교수의 논문 스타일을 분석해 논문 주제를 정하고, 선행 연구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인용하면 좋을지까지 지적해주는 식이다.
학위 논문 전 과정을 도움 받으려면 평균 300만~400만원을 내야 했다. 의뢰자의 글쓰기 수준에 맞춰 논문 작성 계획을 짜고, 스케줄까지 관리해주는 곳도 있었다. 한 컨설팅 업체는 “온·오프로 주 2회정도 수업을 진행하면 2~3개월안에 석사 논문 한편을 완성할 수 있다”고 했다. 한국연구재단 지정 단체로 연구윤리를 연구하는 ‘연구윤리정보센터’의 이인재 센터장(서울교대 윤리교육과 교수)은 “논문 작성 과정에서 연구자가 아닌 컨설턴트가 주도적 역할을 한다면 명백한 대필”이라며 “(대필에 이르지 않았다해도) 독창성과 객관성, 윤리성을 담보해야 하는 학위 논문을 컨설팅을 명분으로 다른 사람이 실질적으로 써주는 행태는 연구윤리상 금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대학의 학위장사에 일조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논문 컨설팅 누리집에 올라와있는 이용후기를 보면,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 지인 소개로 컨설팅을 받고 1차 심사를 통과했다” 등 직장인들의 후기가 다수 나온다. 연구윤리정보센터의 황은성 자문위원(서울시립대 생명과학과 교수)은 “승진에 학위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대학원에 다니지만, 현실적으로 연구할 수 없는 상황인 직장인들이 컨설팅 업체의 수요”라며 “학위가 아닌 직무 능력으로 인정받는 풍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황금비 기자, 최호진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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