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멕시코 월드컵. 6월22일, 아르헨티나 대 잉글랜드의 8강전. 첫 번째 골은 ‘신의 손’으로 유명. 마라도나는 헤딩하는 척하며 손으로 공을 쳤다. “골을 넣은 것은 당신의 손”이라 지적하는 기자들에게 “그것은 신의 손”이었다고 둘러댔다나. 두 번째 골은 ‘세기의 골’로 꼽힌다. 마라도나 혼자 선수 다섯을 제치며, 중앙선에서 골대까지 공을 몰고 가 득점. 아르헨티나가 2 대 1로 이겼다.
발재간도 빛나지만 입심도 센 마라도나, 남들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람이었다.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영국에 진 아르헨티나 사람들의 한을 4년 뒤 (손과) 발과 입으로 갚아준 셈.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는 “북부의 부자들이 남부를 위해 해준 것이 무언가? 나폴리 사람들아, 차라리 아르헨티나 대표팀을 응원하라”며 이탈리아 사회의 아픈 곳을 찌르기도.
일러스트 오금택
마라도나를 신으로 모신다는 마라도나교도 있다. 그의 생일 10월30일이 성탄절. 신의 손 사건이 일어난 6월22일은 이들의 성령강림주일. 자기의 손을 왜 굳이 ‘신의 손’이라 말했을까. 단순히 넉살 좋게 둘러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신이라는 사실을 계시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팬들의 장난이 유쾌하다.
김태권 만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