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청산 입법의무 적극 제기 의미”
“너무 과감한 판결” “논거 부족해”
“너무 과감한 판결” “논거 부족해”
친일파 후손의 땅 환수소송을 맡은 재판부가 이들의 재산권 제한을 규정하는 입법을 촉구하며 각하하는 판결을 내놓자, 법조계에서는 “국회의 입법을 적극적으로 촉구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는 평가와 “취지에는 동감하지만, 각하에 이르기에는 법리적 논거가 부족해 보인다”는 우려가 엇갈렸다. 상급심의 판단이 주목되는 부분이다.
이덕우 변호사는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고 3·1 독립운동의 정신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을 감안할 때, 국회는 당연히 친일파 재산환수 특별법을 제정했어야 했다”며 “하급심의 이런 판단이 대법원이 헌법 정신을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연철 변호사는 “친일청산 문제를 입법론으로 푸는 것은 맞지만 조만간 입법이 예정된 상태에서 청구권을 제한해 각하한 것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너무 과감한 판결이어서 상급심에서 유지가 될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도 “용감한 판결로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하 논리를 법원이 수용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판사 출신의 한 중견 변호사는 “증거법 등을 유연하게 해석해서 기각할 수도 있었을 텐데, 헌법과 법률에 충돌이 생긴다는 이유로 각하 결정한 것은 법원의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덕우 변호사는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는 무효로 본다’는 민법 103조에 따라 원고패소 판결을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되면 입법부가 친일청산을 하지 않은 잘못을 사법적으로 용인하는 셈이 된다”며 “친일청산을 위한 입법 의무를 적극적으로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태규 기자 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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