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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6년전에 “힘내세요” 이번엔 “구속하라”

등록 2005-11-16 11:50수정 2005-11-16 14:57

안기부 불법도청과 X파일 사건에 관련해 홍석현 전 주미대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자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홍 전 대사를 구속수사하라’며 팔을 잡는 등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안기부 불법도청과 X파일 사건에 관련해 홍석현 전 주미대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자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홍 전 대사를 구속수사하라’며 팔을 잡는 등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현장] 홍석현 전 대사 검찰출두 기습시위로 아수라장
민노당·X파일공대위 “이건희·홍석현 구속” 탈쓰고 시위

중앙일보 대주주인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 6년 만에 다시 검찰에 출두했다. 6년 전 홍씨가 검찰에 출두할 때는 중앙일보 기자들이 도열해 “힘내세요”라는 응원을 보냈지만, 이번에는 시민단체와 민주노동당 시위대가 “홍석현 구속하라”는 구호로 홍씨를 맞았다.

서울중앙지검 도청수사팀은 16일 참여연대가 안기부 도청테이프 내용을 근거로 고발한 ‘삼성의 1997년 불법 대선자금 제공’ 사건과 관련해 홍석현 전 주미대사를 피고발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 중이다.

그러나 이날 홍씨의 검찰 출두는 민주노동당 당원과 ‘엑스파일 공대위’의 기습시위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서울중앙지검 청사 앞에는 안기부 도청 테이프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하듯 100여명의 취재진이 진을 치고 있었고, 기습 시위자들은 취재진에 섞여 있었다.

홍씨, 대형얼굴 탈 동원 기습시위에 불쾌한 표정 뒤돌아봐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운데)가 16일 오전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홍석현 전 주미대사(가운데)가 16일 오전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기습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홍씨가 오전 10시께 검은색 에쿠스 승용차에 내려 검찰청 계단을 올라오는 순간, 취재진에 섞여 있던 민주노동당 당원 7~8명이 “홍석현, 이건희를 구속하라”고 외치며 펼침천을 펼쳤다. 시위대에는 이건희 회장과 홍석현 전 대사의 얼굴을 본딴 대형탈을 쓴 시위참가자들도 등장했다. 이중 한 사람은 홍씨 옆으로 접근해 홍씨의 팔을 잡기도 했다. 이 때 홍씨는 몹시 화난 표정으로 얼굴이 굳어졌으며, 뒤로 돌아 시위자를 쳐다보면 신경질적인 표정을 지었다. 홍씨 앞에서 펼침천을 펼치며 구호를 외치던 시위자는 카메라를 들고 취재중이던 중앙일보 소속의 한 사진기자에 의해 목덜미를 잡히며 저지당하기도 했다. 이런 장면은 생방송으로 홍씨 출두 장면을 내보낸 ‘YTN’ 등에 그대로 잡혔다.

소란이 일자 미리 마련된 포토라인은 무너졌다. 홍씨는 사진 촬영을 위해 포토라인에 서지도 못했고 기자들의 질문에도 응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포토라인이 무너지자 청사 안까지 따라들어가 취재를 했다. 홍씨는 “왜 귀국을 늦췄느냐”, “배달사고가 있었다는데 어떻게 된 겁니까”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굳은 표정으로 “검찰에서 상세히 밝히겠다”고만 말했다.

이날 홍씨의 검찰 출두에는 중앙일보 기자들은 따로 나오지 않았다. 중앙일보 기자들은 지난 99년 9월 보광그룹 탈세사건에 연루돼 검찰에 출두하는 사주 홍씨에 “홍 사장(님), 힘내세요”라고 외쳐 물의를 빚었다. 12일 홍씨의 인천공항 입국 때도 기자들이 홍씨를 경호하고 나서 “취재 대신 경호하는 기자들”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기습시위로 포토라인 무너져…시위대와 취재진 실랑이

홍석현 전 주미대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자 한 민주노동당 당원이 홍 전 대사를 가로막으며 `홍 전 대사를 구속수사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홍석현 전 주미대사(오른쪽)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하자 한 민주노동당 당원이 홍 전 대사를 가로막으며 `홍 전 대사를 구속수사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한편 민주노동당 엑스파일 공대위의 기습시위를 둘러싸고 현장 취재진과 공대위간의 신경전이 펼쳐지기도 했다. 홍 전 대사가 검찰청사로 올라간 뒤 민주노동당 엑스파일 공대위는 검찰청사 출입문 바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려 했으나 취재진의 강력한 항의로 장소를 옮겨서 진행됐다.

기자들의 항의와 불만은 검찰에 출두하는 홍석현씨를 취재하려던 취재진의 일정과 계획이 민주노동당 기습시위로 훼방받은 데 대한 것이다. 방송사의 한 카메라 기자는 “기자들이 포토라인을 다 만들어 놓고 우리끼리의 규칙이 있는 건데 민주노동당이 이를 무시했다. 이는 언론에 대한 무시행위다”라며 “나는 취재 안하겠다”며 민주노동당의 기자회견 취재를 거부했다. 또 다른 방송카메라 기자도 “우리들의 규칙을 무시하는 민주노동당의 기자회견을 취재해줄 필요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취재 안한다”고 말한 뒤 기자실로 들어갔다.

에스비에스와 엠비시 등 방송 관계자도 “생방송용 부스를 만들어놨는데 (기습시위로) 생방송이 날아갔다”며 항의했다. 민주노동당 담당자는 취재진의 강력한 항의에 당혹해 하며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기자회견 장소를 검찰청사 입구로 옮겨 진행했다.

"기다린 '촬영' 망쳤지만, 얼마라도 기다려 실체밝히는 데 힘써달라"

김은진 민주노동당 비대위원은 “기자들이 한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민주노동당이 촬영 망쳤다고 화 많이 내더라. 죄송하다”며 “그렇지만 오늘 화 내신만큼 한시간을 기다릴 게 아니라 얼마가 됐든 실체를 밝히는 데 힘써주시라”고 말했다.

이승헌 민주노동당 대외협력실장은 기자회견에서 “홍석현 전 대사의 정확한 출석시간을 몰랐다”며 “사전에 포토라인 근처에서 플래카드 펼치려고 준비했으나 갑자기 홍씨가 출두해 우리도 좀 당황했다”고 당시 정황을 설명했다.

홍석현 전 대사 앞에서 구호를 외친 김우현 삼성특위 민노당 실무간사는 “기자들의 취재를 방해한 것에 대해 미안하다”며 사과한 뒤 “홍석현 전 대사를 보고 어느 누가 감정이 격해지지 않을 수 있나. 국민들의 감정이라고 봐달라” 고 양해를 구했다.

지난 99년 (중앙일보) 홍석현 당시 사장이 탈세 혐의로 서울 서초동 검찰청에 소환돼 차에서 내릴 때 중앙일보 기자들과 직원들이 뒤쪽에 도열해 있다. 홍 사장을 향해 "힘내세요"라고 외쳤던 이들의 모습은 사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언론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어서 언론계에 화제가 됐었다. 특별취재반
지난 99년 (중앙일보) 홍석현 당시 사장이 탈세 혐의로 서울 서초동 검찰청에 소환돼 차에서 내릴 때 중앙일보 기자들과 직원들이 뒤쪽에 도열해 있다. 홍 사장을 향해 "힘내세요"라고 외쳤던 이들의 모습은 사주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오늘의 언론인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어서 언론계에 화제가 됐었다. 특별취재반

검찰청사 입구로 옮겨서 기자회견 “엑스파일 실체를 밝히려면 홍씨 구속해야”

민주노동당과 엑스파일 공대위는 서울중앙지검 입구에서 10시10분부터 20여분간 기자회견을 열어 홍 전 대사에 대한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X파일공대위 공동 집행위원장인 최민희 민언련 사무총장과 김종규 언론노조 부위원장 등은 “홍 전대사는 귀국을 계속 미뤄왔다. 검찰수사에 대비해 이건희 회장과 입을 맞추고 정리할 것은 정리하는 등 수사기피와 증거인멸을 진행했음이 자명하다”며 “엑스파일 실체를 밝히려면 홍 전대사에 대한 구속수사가 전제돼야 한다”고 밝혔다. 공대위는 회견에서 “이미 특검법과 특별법이 국회에 제출된 상태로, 이를 통해 정·경·언의 검은 유착을 단절하고 무너진 사회정의를 바로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한겨레> 사회부 황상철,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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