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17일 일어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당시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하며 서울 강남역 등 전국 9개 지역 추모공간에 붙였던 추모 쪽지 등이 지난 511일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2층 성평등도서관의 '기억존 : 강남역 10번 출구'에 전시돼 있다. 이곳에는 지난해 5월18일부터 7월15일까지 모인 추모쪽지 3만5350건과 인형 등 추모 물품이 보관돼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지난해 5월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두고 경찰이 범죄수사뿐 아니라 범죄 원인 규명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나아가 ‘혐오범죄’에 대해 적극적인 대비를 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지난달 21일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가 공개한 경찰대학교 이기수 교수(경찰학과)의 ‘강남역 살인사건의 여성혐오 논란과 수사상 시사점’을 보면, 이 교수는 강남역 살인사건을 예로 들어 “기존 수사 관행에서 수사기관의 1차 임무는 범죄자를 검거하고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었지만, 최근들어 범죄자와 피해자 간 상관관계가 없고, 동기가 불명확한 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범죄에 대한 공포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범죄의 원인 규명이 중요한 요소임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프로파일러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 원인 분석 관련 전문교육 상시화, 의료계·학계와 협조체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지난해 5월17일 새벽 강남역 인근의 한 노래방 건물 공용화장실에서 김아무개(35)씨가 23살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이다. 경찰은 이 사건을 정신분열증에 따른 ‘묻지마 범죄’로 결론지었고 법원도 이를 인정해 지난 4월 김씨에 대해 징역 30년형을 확정했지만, 단순 ‘묻지마 범죄’가 아닌 여성을 목표로 한 ‘여성혐오 범죄’라는 지적이 일며 논란을 낳았다.
이 교수는 논문에서 ‘혐오범죄’ 정의를 정립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 사건이 사회적 논란을 크게 일으켰던 데에는 우리 사회에 ‘혐오범죄’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하고, 그에 대한 충분한 연구나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에도 원인이 있다”며 “경찰은 혐오범죄에 대한 개념정의를 명확히 하고, 공식적인 범죄유형에 혐오범죄를 포함시켜 관심과 범죄대응력을 제고하는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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