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안전혁신본부 소속 시스템안전처의 ‘부사장님 불시 현장 안전활동 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유재영 부사장 등은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고와 장애 및 직원 사상사고의 주원인은 근무 기강 해이가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감사실과 안전본부를 동원해 근무 기강 상태와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있다. 위규자는 강력히 처벌하고 연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철도노조 제공
최근 잇따라 발생한 철도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가 노동자의 ‘근무 기강 해이’를 사고의 주원인으로 판단하고 내부 감사실 등에 ‘근무 기강 상태를 점검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비한 안전조처 등의 문제점과 대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아 노조 쪽이 반발하고 있다.
6일 <한겨레>가 입수한 코레일 안전혁신본부 소속 시스템안전처의 ‘부사장님 불시 현장 안전활동 결과 보고’ 문건을 보면, 유재영 부사장 등은 지난 3일 최근 사고와 관련해 현장점검에 나선 뒤 ‘최근 발생하고 있는 사고와 장애 및 직원 사상사고의 주원인은 근무 기강 해이가 문제인 것으로 판단된다. 감사실과 안전본부를 동원해 근무 기강 상태와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있다. 위규자는 강력히 처벌하고 연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시스템안전처는 현장 점검에서 나온 이런 발언을 문건으로 정리해 각 부서에 전파했다.
문건에 언급된 사고는 지난달 28일 새벽 서울 영등포역과 노량진역 사이에서 분니제거 작업을 하기 위해 작업표지를 세우던 영등포시설사업소 소속 김창수(57)씨가 전동열차에 치여 숨진 사고 등이다. 당시 김씨는 자정부터 새벽 4시까지 예정된 보수작업을 위해 작업 안내 표지판을 세우고 선로를 거슬러 올라오다 옆 선로를 운행 중이던 지하철에 치여 숨졌다. 선로 사이엔 사람이 피할 수 있는 공간 4.5m가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노량진역의 선로 간 간격은 4m로 기준에 못 미쳤다. 이 때문에 2012년까지는 위험 에이(A)등급으로 분류돼 열차 운행 마감 이후에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후 열차 운행 시간에도 작업이 가능한 비(B)등급으로 조정됐다. 상응하는 안전대책은 추가되지 않았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보수작업 중인 선로뿐 아니라 양옆 선로의 열차 운행을 통제하고 작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사고가 날 수밖에 없다”며 “사고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책임자가 ‘기강 해이’라며 군기잡기를 하는 등 믿기 어려운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5월 광운대역에서도 철도노동자가 열차에서 추락해 숨지는 등 코레일에서는 올해 들어서만 3건의 인명사고가 발생했다. 허순 코레일 홍보부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늘 노동자 말만 듣고 기사를 쓰지 않나. 노코멘트”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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