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박유천씨에게 무고혐의로 고소당한 여성의 변호를 맡은 이은의 변호사가 <한겨레>와 인터뷰 하고 있다. 허재현 기자.
“누군가 ‘저 사람이 나를 때렸다’고 고발하면 우리는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 살피지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 묻지 않죠. 하지만 성폭행 피해를 당한 여성에게는 ‘왜 저항하지 않았냐’고 반드시 물어요. 이런 사회 인식 탓에 성폭행 피해여성은 무고죄로 고소당할까 걱정하며 피해사실을 알리지 못해요.”
가수 박유천씨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가 무고 등의 혐의로 기소된 송아무개(24)씨의 변호인인 이은의 변호사를 지난 6일 만났다. 그는 삼성전기에서 대리 직급으로 일하다 상사의 성희롱을 회사에 알렸고, 불이익을 당했다. 회사를 상대로 2008년부터 4년의 투쟁 끝에 승소했고, 2011년 서른일곱에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해 법을 공부했다. 2014년 말 변호사 사무실을 열었다. 자신도 성폭력 피해자인 이 변호사는 “성폭행 피해 여성이 가해자로부터 엉뚱하게 무고죄로 고소당하는 등 추가 피해를 입는 사례가 많다”며 성폭행 피해 여성을 대하는 수사기관의 관행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송씨는 지난 5일 배심원 7명 만장일치 의견에 따라 무죄를 선고받았다.
앞서 박씨는 지난 2015년 12월 송씨가 일하는 서울의 한 유흥주점에 손님으로 왔다. 송씨는 그곳 화장실에서 박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6개월여 뒤인 지난해 6월 이아무개(25)씨가 “내가 일하던 유흥업소 화장실에서 박씨로부터 성폭행당했다”고 경찰에 신고한 사실이 알려지자, 뒤늦게 박씨를 고소했다. 그러나 박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이 변호사는 “성폭행 당할 때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의에 의한 성관계라고 쉽게 규정해버리는 수사기관의 관행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송씨 주장으로는, 박씨가 구강 성교를 요구할 때 송씨가 거절한 뒤 ‘이러지 말라’는 말을 하는 수준의 항의는 했지만 박씨를 강하게 몸으로 밀어내거나 그런 수준으로 저항 못한 건 맞아요. 하지만 화장실은 아주 좁은 공간이어서 도망갈 공간이 없었고 또 자신이 앞으로 계속 일해야 하는 직장이었어요. 강하게 저항하지 않았다고 해서 모두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아니지요.”
수사기관은 일반적으로 폭행 여부를 따져 성관계의 강제성을 판단한다. 그런데 폭행이 없었다는 이유로 수사기관에 의해 합의에 의한 성관계로 결론나면, 성폭행 피해자가 무고 혐의로 고소당하는 경우가 잦다고 이 변호사는 말했다. 그는 “성폭행 피해자들이 실제로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아 겉으로는 마치 합의된 성관계처럼 비치는 사례들이 많다”며 “성폭행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냐’고 묻기보다 성관계 전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고, 피해 여성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를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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