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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칠순 피의자들이 차려낸 ‘1세대 인권변호사’ 팔순잔치

등록 2017-07-10 16:31수정 2017-07-10 20:59

1974년 ‘민청학련’ 홍성우 변호사 생일
이철·유인태·유홍준·김부겸·김효순씨 등
억울한 옥살이 겪은 민주투사 10여명
어제 조촐한 축하모임 열어 ‘감사’ 인사
최초 인권변호사로 민청학련 피의자들을 변론했던 홍성우 변호사(앞줄 왼쪽 둘째)의 팔순을 맞아 10일 낮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식당에 민청학련 관련자들이 모였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광일 목사, 이근성 전 프레시안 대표, 김효순 전 <한겨레> 편집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 이현배 전 민청학련 공동대표, 강신옥 변호사, 홍 변호사,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최초 인권변호사로 민청학련 피의자들을 변론했던 홍성우 변호사(앞줄 왼쪽 둘째)의 팔순을 맞아 10일 낮 서울 강남구 논현동 한 식당에 민청학련 관련자들이 모였다. 윗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이광일 목사, 이근성 전 프레시안 대표, 김효순 전 <한겨레> 편집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 이현배 전 민청학련 공동대표, 강신옥 변호사, 홍 변호사,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1974년 4월 이른바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 때 억울하게 투옥된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으며 ‘한국의 1세대 인권변호사’로 활동했던 홍성우 변호사의 팔순을 맞아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들이 함께 모였다. 피해자들은 “모두가 맡기 어려워하는 힘든 사건을 홍 변호사님이 변론해주신 덕분에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43년 전 엄혹했던 시절을 회고했다.

10일 낮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홍 변호사의 팔순 축하모임에 이광일 목사, 이근성 전 프레시안 대표, 김효순 전 <한겨레> 편집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이철 희망래일 이사장, 이현배 전 민청학련 공동대표,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이 모였다. 모두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홍 변호사의 변론을 받았던 20대 청년 피의자들 역시 어느덧 칠십대 원로들이 됐다.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도 참석해 홍 변호사의 팔순을 축하했다. 유 전 청장은 팔순 선물로 ‘홍성우 변호사님의 팔순을 축하드리며, 옛날 피고인 유홍준 드립니다’라는 글귀를 적어 넣은 부채를 선물하기도 했다.

민청학련 사건은 박정희 독재정권이 국가를 전복해 공산정권을 세우려 했다는 혐의로 학생과 지식인, 종교인 등 1024명을 연행하고 180명을 구속기소한 대표적인 ‘용공조작’ 사건이다. 앞서 73년 8월 김대중 납치 사건을 계기로 유신헌법 반대 개헌서명운동으로 번지자 박 정권은 74년 1월 초법적 악법인 긴급조치 1, 2호를 공포하고 일체의 개헌 논의를 금지했다. 그럼에도 재야와 종교계는 물론 학원가까지 민주화 요구가 확산되자 ‘민청학련’이란 가상의 단체까지 꾸며내 ‘일망타진’을 시도한 것이다. 비상군법회의는 인혁당계 23명 중 8명을 전격 사형시키고, 민청학련 주모자급은 무기징역을, 그리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최고 징역 20년에서 집행유예까지 중형을 선고했다.

그때 사형선고까지 받았다가 풀려난 서울대생 이철 이사장은 “고 황인철, 강신옥, 홍성우 세 분 변호사님이 기꺼이 우리 재판을 무료 변론해 주셨다. 변론을 하다 홍 변호사는 형무소 문전까지 가셨고, 강 변호사는 실제로 형무소에 함께 들어오기까지 했다”며 “피해자들은 그 고마움을 항상 잊지 않고 있다”고 했다.

홍성우·강신옥 변호사는 74년 민청학련 사건 결심 공판에서 변론을 하던 중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연행당했다. 특히 “피고인석에서 그들과 같이 재판을 받고 싶은 심정”이라는 요지로 변론을 폈던 강 변호사는 ‘긴급조치 4호’ 위반, 법정모독죄 등으로 구속됐다. 세계 사법 사상 재판 중에 변호사가 법정구속된 초유의 사건이었다.

그처럼 무소불위의 독재 치하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사건의 번호를 맡아 온갖 고초를 겪으면서도 정치범 재판장으로 향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홍 변호사는 “아무리 무죄 주장을 해봐야 안 되리라는 걸 우리도 알았다. 그런데도 끝까지 목소리를 높여 ‘민청학련이 이렇게 억울한 사건이다’라고 알렸기 때문에 법정에서부터 반유신 운동이 시작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서울대 법대를 나와 61년 사법시험(13회)에 합격한 그는 65년 대전지법 공주지원 판사로 일하다 71년 퇴직해 지금껏 현역 변호사(서초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그는 민청학련 사건을 시작으로 윤보선·김대중 긴급조치 위반 사건(1976), 와이에이치(YH)노동조합 사건(1979), 서울 미문화원 방화 사건(1985) 등 굵직한 시국 사건의 변론을 도맡았다. 홍 변호사는 “일반적인 형사사건의 목적은 피고인을 빼내고 무죄를 받는 것이지만, 정치범 법정에서 변호사의 임무는 피고인들의 소신을 지켜주는 것”이라며 “변호사들이 피고인의 소신을 지켜주려 하다 보니 참 고생을 많이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사법시험 동기이기도 한 고 황인철 변호사와 함께 88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을 창립해 대표를 맡았고, <한겨레> 창간 발기인으로도 참여했다. 인권 신장을 위해 힘쓴 공로로 2004년 국민훈장 무궁화장, 2013년 고문조작 사건의 피해자들이 주축이 돼 만든 ‘진실의 힘 인권상’을 받았다.

황금비 기자 with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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