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다나카 아키히꼬(왼쪽) 도쿄대 교수와 최상용 고려대 교수가 ‘한반도의 탈냉전과 동아시아 새질서’를 주제로 대담을 하고 있다. 부산/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2005 부산아펙] 아시아 새질서와 탈냉전의 한반도 연속대담 ② 최상용 - 다나카 아키히코
최상용 6자회담, 동북아 안정 틀로써 바람직, 한국 정부 ‘동북아 균형자’ 역할 충실 다나카 일, 신사참배 관두면 리더십 보일 수 있어, 일 변화로 한·중과 공동 프로젝트 끌어내야 최상용=21세기 세계정치 질서를 ‘새로운 중세’로 비유했는데 그 이유는 뭔가? 다나카 아키히코=<새로운 중세론>을 출간한 건 96년이지만, 현재에도 유용한 틀이라고 본다. 현재의 국제환경에 있어서 주권국가의 틀을 넘어서 주권국가를 상대화하는 듯한 여러가지 현상이 생겨나고 있고, 이는 주권국가가 생겨나기 이전의 중세시대와 비슷한 점이 있다. 현대라는 상황 속에서 생겨났기 때문에 ‘새로운 중세’라고 한 것이다. 최=21세기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중세보다 더 불안하지 않은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지역협력의 관점에서 한·중·일 세 나라의 현 상황을 보면 더 비관적이 된다. 다나카=일본 중국 한국이 지역의 잠재력을 활용할 수 있는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김대중 정부는 ‘아세안+3(한중일)’를 발전시켰고 노무현 정부는 동북아시아의 중심이 되고자 하였으나 일본과 중국이 다른 데 정신을 팔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낙관적이다. 일정한 단계에서는 이 3국의 협력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본다. 최=아펙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다나카=아펙은 가능성이 있는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아펙은 경제 각료의 정기 회의나 정상들이 정기적으로 만나는 회담의 장이 돼 버리고 말았다.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동아시아에서는 아펙보다도 아세안+3 정상회담이 더 중시되고 있다. 최=그러나 아세안+3도 중국의 소극적 자세로 한중일 정상회담 등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일본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문제가 활성화를 막는 또다른 요인이 되고 있는 것 아닌가? 다나카=일본의 장기적인 국익차원에서 생각해 보면 한중일 정상들의 대화를 지금보다 확대하는 게 좋다는 것은 당연하다. 따라서 일본은 한·중·일의 협의를 정례화하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최=북핵 6자 회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는가?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의 안정을 위한 틀로서 6자 회담이 매우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는데…. 다나카=그렇다. 외교사적인 관점에서 보더라도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중국·러시아·일본 등이 북한이 받아들일 만한 것을 어떻게든 만들고자 하는 노력을 해왔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최=북핵의 진전은 2기 들어 부시 정권의 유연한 자세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결단력이 긍정적으로 상승작용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평양에 갈 기회가 있었는데 북한은 이 시점에서 바뀌지 않으면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분위기를 느꼈다. 동북아 균형자론을 내세운 한국 정부 또한 6자회담을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조정자의 구실을 충분히 했다고 본다. 이런 북핵 해결을 위한 모멘텀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이 할 수 있는 일은 북일 수교가 아닌가. 한반도에 대한 투자는 경제적인 면도 있겠지만 정치적으로 더 의미가 있을 것이다. 내년 9월 퇴임하는 고이즈미 총리는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난 최초의 선진국지도자 임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일본 국내정치 구도에서 보더라도 고이즈미-아베 (관방장관)의 우익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협상에 나설 때 보수세력의 반발도 없는 것 아닌가? 다나카=고이즈미 총리의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관계를 매듭지어 정권의 업적으로 삼으려는 것은 당연하다. 가령 북한이 핵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릴 수 있다면 납치문제 해결은 북한의 입장에서 보면 훨씬 더 쉬운 문제일 것이다. 6자 회담을 최종적인 이 지역 안전보장의 확고한 틀로 만들기 위해서는 핵문제의 해결과 동시에 일본이 북일수교를 맺어야 한다. 최=사실 지금이 일본에게는 기회이고 이는 정치예술이 요구되고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 일본이 결단을 내린다면 일본의 정치적 위상은 매우 높아질 것이다.
북-일 수교맺고 ‘한·중·일 협의’ 정례화 노력을 최상용-다나카 아키히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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