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가 18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안전관리대책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제공
서울 관악구 한 중학교에서 14년째 급식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심영미씨의 하루는 매일 아침 7시께 시작된다. 학교 급식실에 도착하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600여명의 점심 식사를 준비한다. 조리실에는 밥과 국을 끓이는 가마솥과 굽는 요리에 사용하는 오븐이 항상 가동 중이다. 가마솥은 섭씨 100도, 오븐은 섭씨 280도에 이른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가마솥과 오븐의 열기가 더해지면서 조리실 내 온도는 50도를 훌쩍 넘어선다. 단순히 덥기만 한 것이 아니다. 오븐을 열다가 뜨거운 열기에 얼굴 화상을 입는 등 부상 위험도 크다.
심씨는 “오븐 앞에서 굽는 요리를 할 때면 기본 4시간 정도 서 있는데, 신고 있는 고무장화가 엄청나게 뜨거워진다. 발등이 너무 뜨거워서 기절할 것 같다”며 “국민의당 이언주 의원이 우리더러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라고 했는데, 본인은 조리실 안에서 1시간이라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폭염 속 ‘찜통’ 조리실에서 근무하는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노동환경 개선과 안전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거리로 나섰다. 학교 급식노동자들이 소속된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18일 오전 10시께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폭염 속 조리는 살인적인 노동행위”라며 “교육부는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날 경기도와 대구 등 전국 12개 지역에서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들은 “조리실은 조리과정에서 발생하는 열기와 폭염까지 더해져 온도가 섭씨 55도까지 치솟는다. 이때문에 급식노동자가 ‘열탈진’으로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쓰러지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충북 청주의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근무하는 조리사 ㄱ씨는 지난 13일 오전 10시30분께 학생들 점심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쓰러졌다. 청주의 또다른 중학교 조리사 ㄴ씨도 지난 12일 근무 중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조퇴한 뒤 병원에 입원했다. 둘 모두 고온으로 인한 ‘열탈진’ 증상이었다. 12, 13일 모두 청주엔 폭염주의보가 내린 상태였다.
턱없이 부족한 인력도 잇딴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들은 “일반기업은 직원 50~60명당 조리원 1명이 배치되는 반면 학교는 150여명당 1명꼴”이라며 “학교 급식노동자 배치기준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음식을 준비해야 하는 급식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졌다”고 호소했다.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폭염에 대비한 급식노동자 안전대책 수립 △조리실 냉방설비 설치 △휴게시간 확보 등을 위한 노·사 합동 점검단을 구성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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