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보안검색대에서 기내 반입 금지물품을 검색하는 노동자 ㄱ씨는 이용객 짐에 들어있던 치약을 발견했다. 100㎖ 초과 액체류는 기내 반입금지다. ㄱ씨는 이용객에게 ‘치약 반입이 안된다’고 설명했다. 한참 침묵하던 이용객은 갑자기 ㄱ씨에게 손을 펴보라고 했다. 그러더니 ㄱ씨 손에 치약을 다 짜고 사라졌다.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인천공항지역지부가 지난 5월부터 한 달간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감정노동 피해 사례를 제보받은 결과, 공항을 이용하는 일부 이용객들의 욕설과 폭언, 성희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권 확인 업무를 담당하는 ㄴ씨의 경우, 이용객에게 ‘티켓을 확인하겠다’고 했다가 “네가 뭔데 내 티켓을 확인하느냐”는 답을 들어야 했다. 물품 검색을 담당하는 노동자 ㄷ씨는 성희롱을 당하기도 했다. 이용객에게 ‘주머니에 있는 소지품을 다 꺼내고 보안 검색대를 통과해달라’고 했더니, 이용객은 “XX은 안 꺼내도 되느냐”고 되받았다. ㄷ씨는 성적수치심을 느꼈지만, 길게 늘어선 승객들 때문에 근무를 계속할 수밖에 없었다. 폭행이나 욕설을 듣는 경우도 다반사다. 기내 반입금지 물품인 액체류로 분류되는 홍삼 엑기스나 김치 등의 반입을 막는 경우, 내용물을 집어던지거나 뚜겅을 열어 검색대에 쏟아버리기도 한다.
공항 운영지원·보안·방재·시설관리 업무 등을 맡고 있는 하청업체 노동자 2300여명으로 이뤄진 인천공항지역지부 노조원들은 19일 인천시 중구 인천국제공항 3층 출국장에서 공항 노동자들의 감정노동 실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역지부는 ‘즐거운 휴가길, 공항 노동자를 존중합시다’라는 캠페인도 함께 열었다. 지역지부는 “공항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국가 규정과 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데도 욕설과 폭언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이들을 보호할 장치도 부족한 상황”이라며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할 때 쉴 수 있는 휴게 공간과 권리보호센터를 설치해달라”고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요구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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