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희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오른쪽)가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이한열기념관에서 열린 김포공항경찰대 의경 사망사건 축소·은폐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고 박현수 일경 시신에서 발견된 구타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5월 김포공항경찰대에서 복무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박현수 일경의 몸에서 구타흔으로 보이는 상처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는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이한열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일경의 검시 사진과 부검 결과를 확인한 결과, 박 일경의 시신에서 선명한 구타흔을 발견했다”며 “박 일경의 구타·가혹행위 사실에 대한 전면적인 재조사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군인권센터가 함께 공개한 구타흔 관련 검시 사진을 보면, 박 일경의 왼쪽 허벅지 및 오른쪽 종아리에 두께가 각각 2.5㎝, 2㎝, 너비가 각각 11㎝, 4㎝ 크기의 멍자국이 보인다. 박 일경의 초기 부검 감정서 내용을 보면, 두 상처 모두 ‘국소적으로 둔력이 작용하여 형성된 둔력손상으로 생각됨’, ‘그 외 치유과정에 있는 여러 손상들을 감안하였을 때, 사망시점 이전에 형성된 시간이 경과된 손상으로 보임’이라는 감정 결과가 나와 있다.
25일 군인권센터에서 공개한 박 일경 검시 당시 사진. 군인권센터 제공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응급의학과의 김대희 교수는 부검 감정서를 토대로 “박 일병의 몸 곳곳에 회복되는 모양새의 상처가 보였는데, 이는 각각 시기가 다른 외력으로 인한 상처가 여러번 생겼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다리에 난 멍자국 역시 사망시점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치유 과정에 있는 상처였고, 1자로 된 멍자국이었다는 것을 보면 상습적인 구타였다는 의구심이 나온다”고 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처음 공항경찰대는 유가족에게 ‘다리에 난 상처는 목 맨 박 일경을 옮기던 중 난 상처’라고 주장했다고 한다”며 “그렇다 하더라도 검시에서 의심되는 소견이 나왔다면 구타나 가혹행위에 대한 조사를 빠르게 시작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박 일경은 김포공항경찰대에 전입한지 석 달 만인 지난 5월13일 부대 내 화장실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됐고, 이후 뇌사상태에 빠졌다가 11일만인 24일 오전에 숨을 거뒀다. 유족들은 평소 박 일경과 나눴던 대화를 토대로 우울증을 앓던 박 일경이 부대 내에서 폭언과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박 일경이 가족들과의 통화에서 “병가 후 선임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근무에 늦어 엄청 혼나고 맞았다”등의 이야기를 하며 고충을 토로했다는 것이다. 특히 박 일경이 불침번 근무 도중 복용하던 우울증 약 기운으로 인해 쓰러지자, 부대 쪽에서는 “다음부터는 약을 먹지 않겠다”는 사유서를 작성하게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김정훈 서울경찰청장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박 일경 사건을 언급하며 “자체 조사 내용으로는 구타나 가혹행위가 밝혀진 것은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박 일경 관련 수사는 서울 양천서에서 진행중이며, 유가족의 진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서도 관련 조사를 진행중이다.
군 인권센터는 부검 보고서 등을 토대로 “박 일경에게 가해진 구타·가혹행위 의혹에 대한 전면 재조사에 더해 김포공항경찰대 간부들의 처벌 및 부실 총책임자인 김정훈 서울지방경찰청장을 파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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