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채 발견된 '망고식스' 강훈 대표. 연합뉴스
디저트 카페 ‘망고식스’로 유명한 강훈(49) 케이에이치(KH)컴퍼니 대표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강씨는 ‘할리스’, ‘카페베네’ 같은 토종 카페 브랜드를 히트시키며 ‘커피왕’이라고도 불리던 우리나라 커피전문점 창업 1세대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25일 강씨가 전날 저녁 6시께 서울 서초구 반포동 자택 화장실에서 숨져있는 것을 회사 직원이 발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면서도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강씨가 회사 운영이 어려워져 금전적으로 힘들어했고 최근 지인에게 처지를 비관하는 듯한 문자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강씨가 운영하던 KH컴퍼니와 케이제이(KJ)마케팅은 지난 2015년부터 매장 수 감소, 매출 감소폭 확대 등으로 고전을 거듭하던 끝에 지난 14일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그의 사망 소식이 알려진 이날 강씨에 대한 법원의 첫 심문이 예정돼 있었다.
강씨는 2000년대 이후 급성장한 우리나라 카페 산업의 산증인이다. 1992년 신세계에 공채 1기로 입사한 그는 1997년 스타벅스 한국 론칭 태스크포스(TF) 멤버로 참여하며 커피와 처음 연을 맺었다. 미국으로 건너가 바리스타 교육까지 받았던 그는 커피 사업의 무한한 잠재력과 프랜차이즈 운영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한다.
당시 외환위기로 스타벅스 국내 출시가 무기한 연기되자, 사표를 내고 이듬해인 1998년 김도균(48) 현 탐앤탐스 대표와 ‘할리스커피’를 공동 창업했다. 1호점인 강남점을 시작으로 5년여간 가맹점을 늘려가며 할리스커피를 시장에 안착시킨 강 대표는 2003년 할리스를 매각한 뒤 사업 구상을 하다 2008년 카페베네로 옮기면서 다시 커피 업계에 몸을 담았다. 특히 카페베네 사장을 역임할 당시 업계 최초로 가맹점 500호점을 넘어서기도 했다.
2010년 KH컴퍼니를 세운 강씨는 이듬해 카페베네를 퇴사해 망고식스라는 ‘디저트 카페’ 브랜드를 새로 선보였다. 2015년 6월 발행된 강씨의 저서 ‘따라하지 말고 선점하라’를 보면 강씨는 망고식스에 대해 ‘커피라는 한계의 돌파구’라는 의미를 부여했다. 이 책에서 그는 “나에게 국내 카페 시장은 너무도 좁게 느껴졌다. 포화한 국내 시장에서의 밥그릇 싸움이 답답하고 안쓰러웠다. 고래가 강에서 살 수 없는 것처럼 나도 내 사업의 무대를 세계로 키워야 할 시점이 왔음을 직감했다. 그렇게 나는 커피 대신 망고를 선택했고 국내에서는 생소했던 ‘디저트 카페’라는 영역을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망고식스는 뜻대로 되지 않았다. 운영난을 겪던 그는 지난해 4월 ‘커피식스’로 ‘주특기’인 커피전문점으로 돌아왔지만 고전을 벗어나는 데 역부족이었다.
커피전문점은 한때 크게 유행했지만 최근엔 폐업률이 높은 대표적인 ‘레드오션’ 업종으로 꼽힌다. 최근 서울시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생활밀착형 43개 업종에 대해 분석한 결과(2014년 기준)를 보면, 커피전문점은 개업 3년 이내 폐업률이 36%에 달해 치킨집(38%)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개업 1년 이내 단기 폐업은 커피전문점(10%)이 치킨집(8%)보다 2%포인트 앞섰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홍보실장은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은 한마디로 외화내빈이다.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속은 경쟁이 극심하고 트랜드 변화가 너무 빠르게 변해 굉장히 위험이 크다. 망고식스도 트랜드를 좇기 위해 출시된 건데 결국 이렇게 됐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냉정히 되돌아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양진 김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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