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베평화재단 구수정 상임이사. 한겨레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 할머니의 뜻을 이어받아 제정된 ‘길원옥 여성평화상’의 초대 수상자로 한베평화재단의 구수정 상임이사가 선정됐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재단(정의기억재단)은 길원옥 여성평화상의 1회 수상자로 베트남전 당시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사건을 한국 사회에 최초로 알리고, 이후 진실규명을 위한 활동을 이어온 구수정 상임이사를 선정했다고 25일 밝혔다. 구 이사는 지난 1997년 하노이 외무부 국가문서보관센터에서 ‘남베트남에서의 남조선 군대의 죄악’ 문건 발견을 계기로 한국군의 학살 사건을 규명하는데 주력했고, 이후 1999년 <한겨레21>을 통해 한국군의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사건을 최초로 알렸다. 정의기억재단은 “구수정 상임이사의 활동은 한국이 베트남전 당시 가해자로서의 책임을 깨닫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음은 물론, 전 세계에 전쟁범죄의 참혹함과 평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며 “이같은 활동은 일본의 전쟁범죄를 전 세계에 알리며 일본정부의 진상규명과 법적책임을 요구하는 한국의 시민사회에도 주는 울림이 크다”며 수상 이유를 밝혔다.
길원옥 여성평화상 수상소식을 전해들은 구 이사는 “며칠 전 김군자 할머니의 별세소식에 이어 길원옥 여성평화상 수상 소식을 듣게 되었는데, 길원옥 할머니를 비롯한 모든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 할머니들께 빚진 마음이 느껴져 그 어떤 상보다 뜻깊고 값지면서도 송구하다”고 했다. 구 이사는 이어 “‘피해자가 피해자의 마음을 알지’라며 한국군의 민간인 학살을 대속하는 마음으로 베트남 피해자들을 위해 전 재산을 기탁하셨던 문명금, 김옥주 할머니의 말씀도 생각이 난다. 앞으로 할머니들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는 삶을 살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수상소감을 전했다.
앞서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길원옥 할머니가 지난 5월 이화여자대학교 신학대학으로부터 ‘제1회 이화기독여성평화상’을 수상하며 받은 상금을 씨앗기금으로 활용해 할머니의 이름을 딴 ‘길원옥 평화상’을 제정했다. 이 상은 평화와 통일을 위해 노력하는 여성 활동가, 언론인 등에게 수여된다. 시상식은 다음달 14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리는 제5차 세계일본군‘위안부’기림일 나비문화제에서 진행된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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