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타인을 위해 신장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는 김철수(59)씨.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생면부지의 타인에게 신장을 이식하기 위해 특별한 여름 휴가를 떠나는 장기기증자의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인천 남동구에 거주하는 김철수(59)씨는 올해 한 달 간의 여름 휴가를 냈다. 신장 기증 연령 제한(만 60살)을 1년 앞두고 더 늦기 전에 신장 기증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기 때문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는 “김씨는 2017년 세 번째 순수 신장기증인이자 본부를 통해 962번째로 생면부지인 타인에게 신장을 기증하는 주인공이 됐다”고 26일 밝혔다.
김씨는 2년 전 지인의 신장이식 소식을 듣고 처음으로 ‘장기기증’이라는 단어를 접했다고 한다. 신장이식을 받고 건강한 삶을 살게 된 지인의 모습을 지켜보던 김씨는 ‘나 역시 신장기증을 해야겠다’고 결심했고, 한 달 간의 휴가를 내어 오는 27일 아침 신장이식 수술을 앞두고 있다.
4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과 의사소통이 불편한 80대 어머니를 홀로 모시며 살고 있는 김씨에게 신장 기증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김씨는 신장 기증을 통해 타인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이식 수술을 결심했다고 한다. 김씨는 “신장기증을 통해 누군가에게 새로운 삶을 선물해줄 수 있다면 지금 당장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식인을 향해서도 “앞으로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김씨에게 신장이식을 받는 주인공은 박아무개(40)씨다. 박씨는 고등학교 3학년때부터 급성신부전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하다, 27살부터는 신장기능이 나빠져 복막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신장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었던 김씨는 지난 1996년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이식 대기자로 등록했는데, 20여년만에 기회를 얻게 됐다. 지난 2012년에는 장기기증 캠페인 현장에서 사후 장기기증 희망등록에 참여하기도 했다는 박씨는 “제게 생명을 선물하기 위해 용기를 내어 준 기증인과 그 가족들에게 감사드린다”며 “저 또한 사후에 장기기증을 통해 누군가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밝혔다.
황금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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