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3년형 김기춘
“블랙리스트 모른다” 잡아뗐지만
재판부 “블랙리스트 정점에서 지시”
집행유예 받은 조윤선
“블랙리스트 지시·보고·승인받은 바 없다”
정관주 전 차관 등 법정 증언 받아들여
“블랙리스트 모른다” 잡아뗐지만
재판부 “블랙리스트 정점에서 지시”
집행유예 받은 조윤선
“블랙리스트 지시·보고·승인받은 바 없다”
정관주 전 차관 등 법정 증언 받아들여
박근혜 정부 ‘왕실장’으로서 막강한 권력을 누린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근혜의 여자’로 승승장구했던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운명이 27일 법원 1심 선고에서 엇갈렸다.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과 관련해 함께 구속돼 재판을 받았지만, 김 전 비서실장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조 전 장관은 무죄를 인정받아 석방됐다.
■ 김기춘, ‘40년 권력’에서 ‘나락’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 없습니다.” 2016년 12월7일 출석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해 ‘법꾸라지’라는 비판을 들었던 김 전 실장의 태도는 피고인으로 선 법정에서도 한결같았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이날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범행을 가장 정점에서 지시하면서 실행 계획을 승인하고 때로는 독려했음에도 전혀 지시하거나 보고받지 않았고 기억나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하며, 그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전 실장을 이번 사안을 처음 불거지게 한 ‘블랙리스트의 출발점’으로 지목했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월께 신동철 국민소통비서관 등에게 부처별 보조금 지원 실태의 문제점을 점검하는 티에프(TF)를 만들라고 지시했고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을 보고받았다. 같은 해 2월에는 ‘2014년 상반기 문화예술진흥기금 지원 대상자 선정 결과 좌파단체, 좌성향 작가 등이 포함. 원인은 심의위원회에 좌성향 인물들이 포함’이라는 국가정보원 문건을 모철민 교육문화수석에게 주고 위원 선정 배제 방안 검토를 지시하기도 했다. 재판부가 “김 전 실장이 단순한 공모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범죄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했다”고 판단한 근거들이다.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든 일이 없다”고 거짓 답변을 한 점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전 실장의 지시를 받아 블랙리스트 실행에 충실했던 청와대와 문체부 관계자들도 법의 심판을 피하지 못했다. 김종덕(60) 전 문체부 장관은 징역 2년, 김상률(57) 전 교육문화수석과 신동철(56) 전 국민소통비서관, 정관주(53) 전 문체부 제1차관은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청와대와 문체부의 블랙리스트 소통 창구였던 김소영(51) 전 청와대 문체비서관만이 “수사 과정에서부터 일관되게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한 것이 고려돼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감옥행’을 피했다.
재판부는 “보수주의를 표방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무직 공무원들로 문화예술계가 지나치게 좌편향되어 있다는 인식에 따라 단기간에 바로잡겠다는 의욕이 지나쳐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 조윤선, 블랙리스트 무죄·국회 위증 유죄 조윤선 전 장관은 이번 블랙리스트 사건의 피고인 7명 중 유일하게 블랙리스트와 관련해서 ‘증거 부족’으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박준우 정무수석 재임 당시 민간단체보조금 티에프가 운영되는 등 정무수석실에서 문체부의 지원금 문제 등에 관해 의견을 개진하고 점검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정이 일부 인정된다”면서도 “조 전 장관이 (2014년 6월) 정무수석으로 부임한 뒤 신동철 비서관이 블랙리스트를 보고한 것으로 보기 어렵고, 정관주 전 차관은 블랙리스트 지시·보고·승인을 받은 바 없으며 보고했다면 지원배제 업무가 중단될 수도 있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된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영화 관련 배제는 “조 전 장관이 정무수석실에 부임하기 전”이고 도서 관련 배제도 “관여를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다만 조 전 장관은 2016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고받았다”고 말한 것이 위증으로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조 전 장관의 무죄 선고를 비판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정무수석실 비서관 등이 블랙리스트 관련 범행을 하고, 활동 내용을 보고한 게 인정됐는데 정무수석인 조 전 장관의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 특검이 관련 증거를 보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민경 현소은 기자 salmat@hani.co.kr
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7일 오후 선고 공판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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