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에서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 작성·관리에 관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월27일 오후 선고 공판을 위해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비판을 원천 봉쇄하기 위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을 작성하고 집행하도록 지시한 이른바 ‘블랙리스트’ 사건의 1심 재판 결과를 두고, 미술인 단체인 민족미술인협회(이하 민미협)가 29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김기춘, 조윤선 등에 대한 1심 선고를 규탄하며, 엄정한 법의 정신이 시대의 정의와 양심을 구현한 판결문으로 다시 쓰이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30부(재판장 황병헌)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위원회 임직원들에게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배제를 강요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로 구속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국회 위증죄만 인정하고 블랙리스트 관련 혐의는 모두 무죄로 판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장관 부임 당시 비서관들과 공모해 지원배제를 승인했다고 보기 부족하고, 정무수석실에서 신 전 비서관과 전 전 차관이 관여했다고 해도 (당시 정무수석인) 조 전 장관이 보고받거나 승인하거나 관련 지시를 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민미협은 재판부를 향해 “1심 판결에 대해 촛불 혁명의 민주주의 정신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한 데 대한 큰 실망과 분노를 느낀다”고 비판했다. 이어 “헌법에 보장된 자신의 권리를 행했을 뿐인데 블랙리스트가 되어버린 (예술가) 9473명과 그들의 예술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권리를 유리한 행위가 겨우 징역 3년과 집행유예 2년이라는 선고에 대해 정의로웠다고 평가를 할 것이라고 믿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2심 재판부는 9473명의 ‘블랙리스트' 예술인이 겪었을 부당함과 불공정함을 바로 잡아줄 것을 단호하고 엄중히 요구한다”면서 “국민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헌법의 기본 정신을 존중해 달라”고 강조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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