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정책조정수석실 ‘삼성 문건’ 내용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20일 오후 춘추관에서 박근혜 정부 문건과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관련동향 - 경영 승계 비판 논리 적혀
점검포인트 - 정부개입 여부 논점 정리
청와대 의결권 행사 개입은 불법
문건 만든 당자사 “찬반 정리한 것뿐”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0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산하 기획비서관실에서 사용했던 캐비닛에서 504건의 문건을 발견했고, 이 중 삼성의 합병을 검토했던 문건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문건의 작성자인 국무조정실 소속인 김 과장은 2014년 3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정책조정실 소속 기획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문건 작성 당시 그의 직속 상사였던 기획비서관은 현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다. 이날 국무조정실은 이 문건과 관련해 “삼성물산 합병 의결권 행사에 관해 찬성과 반대 여론의 동향을 한 페이지로 간략하게 정리한 일상적인 보고서로, 어떤 한쪽의 입장을 지지하는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겨레>가 확인한 문건 내용에는 청와대가 사실상 국민연금의 삼성 합병 찬성 과정에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볼 만한 대목이 등장한다. 이 문건의 항목은 총 3가지인데, 가장 먼저 ‘검토배경’을 정리해뒀다. 엘리엇과 참여연대 등 비판 단체들이 합병에 반대하고 있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방향에 관심이 집중된다는 내용이다. 삼성 합병을 둘러싼 ‘관련 동향’도 있다. 문건에는 “비판 단체들이 삼성 경영 승계를 위해 주주이익을 무시하고 있고, 이를 방치한 정부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 부회장 등이 대량으로 주식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주식이 고평가되고, 지분이 없는 삼성물산 주식이 저평가된 시점에 합병해 이 부회장 등이 부당이익 (얻었다고) 주장한다”고 나와 있다. 합병과 관련해 어떤 비판을 받을지 미리 파악한 셈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마지막에 정리된 ‘점검 포인트’다.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할 것인지, 만약 정부가 개입한다면 의결권 방향은 어떻게 행사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와대가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는 것 자체는 명백한 불법이다. 검찰은 이 문건이 2015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비공개 2차 독대 전부터 삼성 합병이 이 부회장 승계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임을 파악하고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등으로 활용됐다고 보고 있지만, 당사자인 김 과장은 <한겨레>에 “수석비서관회의를 내가 준비했다. 어떤 회의자료로도 사용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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