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카이)의 분식회계 의혹에 이어 하성용 전 대표가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도 집중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수사팀과 카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카이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방위사업수사부(부장 박찬호)는 최근 하 전 대표가 올해 보잉의 신규 기종인 ‘보잉777엑스(X)’의 부품 공급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카이에 손실을 끼친 혐의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하 전 대표는 올해 인터뷰 등을 통해 미국 보잉에서 차세대 항공기 부품 공급계약을 따냈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미국 보잉사와 2030년까지 6400억원 규모의 ‘보잉777엑스’ 날개 구조물을 제작해 독점 공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검찰은 애초 입찰에서 1순위가 아니었던 카이가 중국·일본의 경쟁사들에 비해 무리하게 원가를 낮추는 방법으로 계약을 따냈고, 이 과정에서 수주 조건으로 ‘기존 납품하는 부품가격을 5~15% 낮춰 달라’는 보잉사 쪽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이런 저가 수주와 부품가격 인하 등에 따른 카이의 손실액이 1천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이 과정에서 하 전 사장의 배임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카이는 기존 부품가격 인하로 발생하는 손실을 이를 공급하는 하청업체에 떠넘기려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번 주부터 카이 관련 부서 팀장급 직원들을 잇달아 소환해 관련 사실을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검찰은 전날 금융감독원이 카이의 분식회계를 겨냥해 정밀감리를 진행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에 대해 “부품원가 부풀리기 등 분식회계가 포함된 경영상 비리를 살펴보고 있다. 금감원과 유기적으로 협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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