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장 자리, 검사장 임명 이어
과장급 11개 자리 검사상대 공모
내부에서조차 “탈검찰화 기조 어긋나”
법무부 “나머지 직책 개방할지 검토”
과장급 11개 자리 검사상대 공모
내부에서조차 “탈검찰화 기조 어긋나”
법무부 “나머지 직책 개방할지 검토”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검찰개혁 과제 가운데 하나인 ‘법무부 탈검찰화’가 대안 부재라는 검찰의 논리에 말려 좌초 위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법무부는 지난달 말 검사장급 인사에서 법무부 국장급 보직 가운데 두 자리만 비검사 출신으로 교체한 데 이어, 이번 중간간부급 인사를 앞두고는 법무부 과장급 보직을 대거 검사로 채울 방침을 예고했다. 시민단체에선 “검찰개혁은 정부 초반 신속성이 성패를 가르는데, 별로 어렵지도 않은 개혁 과제마저 벌써부터 삐거덕대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추진력이나 검찰개혁 철학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 법무부 과장급 11자리 검찰 상대 공모 법무부는 최근 정기인사를 앞두고 검찰 내부 통신망에 법무부 주요 과장급을 포함한 공모 직위를 공개하고 4일까지 희망자를 받는다고 공지했다. 법무부가 검사들을 상대로 공모하는 법무부 과장급 자리는 총 11자리(국제법무·통일법무·상사법무·국제형사·형사법제·범죄예방기획·법질서선진화·보호법제·인권구조·인권조사·여성아동인권과장)였다.
이는 법무부가 지난 박근혜 정부 인사 때 낸 공모와 크게 다르지 않다. 법무부는 2015년 12월 12개 과장급 자리를 공모했고, 모두 26~30기 검사들로 채웠다. 당시와 비교하면 유일하게 ‘인권정책과장’만 빼고 다시 검사들을 상대로 희망자를 받는 셈이다. 현재 법령에는 인권정책과장을 포함해 인권구조과장·여성아동인권과장·법질서선진화과장 등 네 자리는 검사뿐 아니라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 공무원도 맡을 수 있게 돼 있다.
법무부가 ‘공모 및 파견 지위는 향후 사정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는 단서를 달았지만, 국·실장급과 달리 과장급 보직을 검사만 맡도록 하는 규정을 바꾸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한 검찰 관계자는 “정부 기조에 맞춰 법무부에서 검사들이 상당히 빠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분위기가 지난 인사 때와 크게 다른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참여연대는 3일 성명을 내어 “주요 과장급의 경우 검사 독점 직제는 여전하다”며 “(정부가) 법무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시행규칙을 전면적으로 손보지 않은 건 유감이고, 가까운 시일 안에 직제와 직제 시행규칙을 더 고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무부는 일단 “이번 직위 공모 결과 등을 종합고려해 나머지 직책의 외부 개방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법무부 주요 국장도 검사장이 다수 ‘법무부 탈검찰화’가 빈말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는 앞선 검사장급 인사 때도 제기됐다. 검찰 인사·예산권을 가진 법무부 검찰국장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외부에서 임명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지난달 27일 인사에서 기획조정실장과 범죄예방정책국장에 검사장이 임명됐다. 여권에선 ‘외부인도 임명할 수 있게끔 관련 직제를 개정하기 전에 임시 발령이 난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지만, 법무부는 정식 발령이 난 것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직제 개정과 상관없는 정기인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기존에 검사장급이 맡던 법무실장과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두 자리만 검사에서 비검사로 교체됐을 뿐, 주요 보직이 다시 검사로 채워진 셈이다.
이 밖에 법무부는 검사 3명으로 구성한 ‘검찰제도개선기획단’에 지난 1일자로 검사 2명을 추가로 파견받았고, 박상기 장관은 자신의 정책보좌관으로 현직 부장검사를 데려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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