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유·무죄 여부는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도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뇌물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에 대한 법적인 판단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는 박 전 대통령 선고의 전초전이자 예고편이라는 게 법조계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이 부회장의 핵심 혐의는 박 전 대통령 쪽에 433억원의 뇌물을 주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뇌물공여)다. 박 전 대통령은 이 부회장에게 413억원의 뇌물을 받거나 요구한 혐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의 뇌물)를 받고 있다. 게다가 이 부회장의 재판 기록과 판결문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증거로 활용될 전망이라 재판부는 다르지만 판단 근거가 되는 증인의 증언이나 서류증거가 겹친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은 뇌물을 주고받은 사이기 때문에 사실상 공범과 같은데, 같은 사건에서 결과가 다른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지방법원 부장판사도 “재판부가 다른 만큼 다른 결론을 내는 것이 이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두 재판부의 증거가 비슷한 상황에서 만약 한 재판부가 공범격인 이 부회장에게 유무죄 판단을 내렸다면, 같은 심급의 다른 재판부에서 그와 다른 판단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592억 뇌물' 관련 49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앞서 실형이 나온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 등의 판결문을 이 부회장 재판에서 증거로 신청한 바 있다.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공단 직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가 1심에서 인정되자, 국민연금공단의 삼성 합병 찬성 지시를 삼성과 박 전 대통령의 대가관계이자 부정한 청탁이라고 본 특검의 주장에 유리한 근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검찰과 함께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삼성 뇌물 혐의 재판의 공소유지를 맡고 있어 유죄가 선고될 경우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이 부회장의 뇌물 혐의에 모두 무죄가 선고되면 박 전 대통령 쪽의 공소유지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삼성 관련 뇌물 혐의 외에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케이(K)스포츠 재단에 70억원을 내도록 한 혐의와 최태원 에스케이(SK) 회장 등에게 케이스포츠 재단 등으로 89억원을 달라고 요구한 혐의(특정범죄가중법의 뇌물)도 받고 있다. 이 부회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더라도 박 전 대통령은 롯데·에스케이 뇌물 혐의에 대해서는 별도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은 뇌물 수뢰액이 1억원이 넘으면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어, 박 전 대통령은 세 가지 뇌물 혐의 중 하나만 인정되더라도 중형을 피하기 어렵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