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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아들 같아서” 그랬다고요~오? 어이없는 변명 그만 하시죠

등록 2017-08-07 16:50수정 2017-08-07 17:35

‘갑질’ ‘성추행’ 혐의자들 단골 발언 “아들·딸 같아서…”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이 그렇게 어렵냐” 누리꾼 분노
공관병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아무개씨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공관병 '갑질' 의혹의 당사자인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아무개씨가 7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에 참고인 자격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아들 같은 마음… (그렇게) 생각하고 했지만 그들에게 상처가 됐다면 형제나 부모님께는 죄송합니다.”

공관병 ‘갑질’ 논란의 중심에 선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의 부인 전아무개씨가 7일 군 검찰에 출석하면서 한 말이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전자팔찌 착용, 새벽 3시까지 인삼 달이기, 베란다 감금 등 상상을 초월하는 가혹 행위를 하고도 ‘아들 같아서 그랬다‘는 변명을 내놓자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뒤따릅니다. 박찬주 사령관 역시 ‘갑질’ 행위가 드러나자 “아들처럼 생각해 편하게 대한 건데 일부 소통의 문제가 있었던 것 같다”는 등의 해명을 한 바 있습니다.

박찬주 사령관 부부는 정말 공관병들을 ‘아들 같은’ 마음으로 대한 걸까요? 피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친아들’과 공관병들은 사뭇 다른 생활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공관병들은 같은 병사 신분인 사령관의 아들 뒷바라지까지 해야 했다. 사령관의 가족은 공군 병사로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이 휴가 나오면 공관병에게 아들의 속옷 빨래를 시키기도 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관련기사: 군인권센터 “육군대장 가족, 공관병에 아들 속옷 빨래까지 ‘갑질’”)

이런 증언도 있습니다.

언제든 호출이 오면 달려나갈 수 있도록 왼손 팔목에 24시간 ‘전자팔찌’를 착용하고 있어야 했습니다. 혹시라도 팔찌 배터리 충전을 못했거나 팔찌를 풀어둬서 호출을 듣지 못하면 사모는 “굼벵이 새끼도 아니고 이것 밖에 못하냐”며 벨을 집어던지거나 “너네 영창보낼 수도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습니다.

아들의 밥 반찬에 미리 말해둔 전을 준비해주지 않았단 이유로 거듭된 폭언에 스트레스를 받고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공관병이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박찬주 사모 하인 노릇하며 1년을 감옥살이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아들 같아서’란 변명,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지 않나요? 주로 갑을관계에서 발생하는 ‘권력형 성범죄’ 기사에서 단골손님처럼 등장하는 ‘해명’입니다.

지난 2월 부산의 한 50대 남성 공무원이 공익근무요원의 신체 주요 부위를 수십 차례 만지는 등 추행을 했다가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이 공무원은 공익요원을 “아들처럼 귀엽게 생각하고 한 행동으로 성적인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기사: “아들 같아서?” 공익요원 상습 성추행한 50대 공무원 )

물론 아들보다 더 자주 등장하는 건 “딸 같아서”라는 말입니다. 인천의 한 경찰 간부는 회식 도중 여경의 손을 잡는 등의 행위를 일삼아 지난해 12월 징계를 받았습니다. 당시 그는 “딸 같아서 손을 잡은 적은 있지만 상대방이 수치심을 느낄만한 행동은 아니었다”고 주장했습니다. (관련기사: ‘딸 같아서?’ 여경 숙직실 드나들고 강제로 손잡은 경찰 간부 징계)

경남 창원의 한 목사는 지난해 8월 20대 여성신자 2명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자 “딸 같은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했다”고 말했습니다. ( 관련기사:20대 여성 신자 성추행 목사 "치유였고, 딸 같아서" ) 청주의 한 대학 조교수는 “우리 딸내미도 섹시하다. 한 번 안아보자”고 말하며 여제자들을 추행했다고 하네요. (관련기사: "딸 같아서…" 여제자 성추행한 60대 조교수 '실형')

심지어 “친딸처럼 예뻐하는 것 알지? 한 번 안아보자”며 며느리를 포옹하고 강제로 입을 맞춘 시아버지도 있습니다. (관련기사: 며느리 성추행하고 “친딸 같아서…”) “딸 같아서”라는 변명도 어이가 없지만, 딸이라고 해서 저런 행위를 해서 되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더욱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드물게 ‘손녀’까지 등장시킨 인물도 있습니다. 바로 박희태 전 국회의장입니다.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2014년 골프를 치다가 캐디를 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최근 대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유죄 판결이 확정됐습니다. 박 전 의장은 당시 “손녀 같고 딸 같아서 귀엽다는 수준에서 터치한 것이다.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툭 찔렀다”며 ‘강제 추행’이 아니라고 주장했죠. (관련기사: '골프장 캐디 성추행' 박희태 전 국회의장 집행유예 확정)

■누리꾼들 “아들·딸 같으면 차라리 용돈을 달라”

누리꾼들은 이런 변명을 늘어놓는 이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가 그렇게 어렵냐”며 분노하고 있습니다. 혹자는 한국의 상황을 비꼬며 “아들 같아서 하인처럼 부리고 딸 같아서 성추행한다”고 지적했죠.

또 다른 누리꾼들은 “’아들 같아서, 딸 같아서’는 한국형 범죄스릴러 영화 제목으로 적당하다”(@ysi****), ”‘아들 같아서, 딸 같아서’는 재산을 물려줄 때만 하는 말로 법으로 정하자"(@dal*****), “제발 좀 아들딸처럼 여기지 말아달라. 전혀 안 반갑다”(@2mbc****) 등 성토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역사학자 전우용씨는 자신의 트위터에 “한국 상류층 일부가 ‘자식 같다’는 말을 ‘모욕, 폭행, 성추행해도 된다’는 뜻으로 사용한 지 꽤 오래됐습니다. 저런 인간들이 있어서 ‘개자식’이란 말이 생겼겠지만, 개에게도 미안하네요”라며 강하게 비난했습니다.

전국의 수많은 아들·딸들은 언제쯤 이 같은 ‘인면수심’ 범죄 앞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아들·딸 같으면 차라리 용돈을 달라”는 한 누리꾼의 일갈이 ‘웃프게‘ 들리는 이유입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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