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8일 광주지방경찰청 페이스북 페이지에 게시됐던 게시물. 현재는 삭제됐다. 사진 허핑턴포스트 코리아
지난해 촛불집회가 열릴 당시 광주를 ‘민주화의 성지’로 표현한 광주지방경찰청(이하 광주청) 페이스북 글에 대해 이철성 경찰청장이 당시 강인철 광주청장(현 중앙경찰학교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수정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청장은 강하게 부인하고 나서, 경찰 수뇌부 간 진실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지난해 11월18일 광주청은 페이스북 누리집에 ‘광주 시민의 안전, 광주 경찰이 지켜드립니다’라는 글을 게재했다. 촛불집회를 하루 앞두고 광주 시민들에게 교통통제와 관련해 양해를 구한 글이었다. 글에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주는 민주화의 성지, 광주 시민들에게 감사하다’는 문구와 ‘국정농단 헌정파괴 박근혜는 하야하라’는 현수막 사진이 담겼다. 당시 이 게시글은 누리꾼 사이 큰 화제가 됐는데 다음날인 19일 돌연 삭제됐다.
당시 ‘자체 검열설’, ‘외압설’ 등이 제기됐던 삭제 배경을 두고, 최근 이철성 청장이 강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라는 비아냥과 함께 게시물 수정을 지시했다는 주장이 뒤늦게 나왔다. 강 전 청장은 7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이 청장이 통화에서 ‘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에 근무하니까 재미 좋소’라고 비아냥거려 순간적으로 이상했다”면서 “(이 청장이) 페이스북 글 얘기하면서 ‘(글을) 내리는데 바로 (글을) 내리면 이상하니까, 예를 들면서 문제없이 하라’는 취지로 지시해 ‘확인해서 조처하겠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광주청은 글을 삭제하고 촛불집회 예고와 교통통제 안내 글로 대체했다. 광주청의 한 관계자는 “당시 강 청장이 이 청장 전화를 받고 나서 그런 지시(게시물 삭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철성 청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강 전 청장에게) 전화한 적 없다. 통화 내역 공개까지 다 할 수 있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 청장은 “다만 11월6일 고 백남기 농민의 노제를 앞둔 상황에서 11월4일 내지 5일께 강 청장이 해외여행 휴가를 신청한 것에 대해 질책한 바는 있다”며 당시 질책도 페이스북 게시물과는 무관하다고 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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