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단독주택형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017 겨털 살롱’에서 참가자들이 명상 시간에 자신의 팔을 들고 거울로 겨드랑이를 관찰하고 있다.
“이게 본격적으로 ‘겨털’(겨드랑이 털) 명상을 해볼까요? 각자 거울을 받으시고, 거울을 통해 자신의 겨털을 보면서 명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5일 낮,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한 주택에 ‘2017 겨털 살롱’에 참가한 20~30대 여성 10여명이 모여앉았다. 명상 지도자인 이현정(39)씨의 말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작은 화장대용 거울을 들고 자신의 겨드랑이를 요리조리 비추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겨드랑이를 이렇게 자세히 관찰하는 건 태어나서 처음이에요.”, “겨드랑이 모공이 크다는 것에 놀랐어요. 제모를 과하게 해서 그런 것 같아 몸에게 미안하네요.” 참가자들이 돌아가며 자신의 겨드랑이를 바라본 소감을 전하자, 다른 참가자들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2017 겨털 살롱’은 곽승희(30)씨가 여성의 털을 웃기거나 부담스러운 존재로 보는 사회적 시선을 돌아보고, 여성의 ‘겨털’을 자연스러운 몸의 일부로 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 지난 7월11일 페이스북에 공지를 올리고, 한 달여간 취지에 공감하는 참가자들을 모집했다. 참가자들 가운데에는 ‘겨털’을 따로 제모하지 않는 참가자들도 있었지만, 평상시 제모를 꾸준히 하고 있는 참가자들도 있었다. 곽씨는 “여성의 ‘겨털’에 대한 통념에 익숙한 사람들이 명상을 통해 ‘겨털’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것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겨털살롱’ 참가자들은 명상 지도자인 이현정씨의 지도에 따라 약 1시간동안의 명상을 하며 겨드랑이 털을 보고, 만지며 생각을 나눴다. 참가자들은 명상이 끝난 뒤 공통적으로 “털이 있는 겨드랑이가 자연스러운 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알게 됐다”고 입을 모았다. 그간 ‘겨털’을 따로 제모하지 않았다는 우군(별명)은 “고등학생 때 친구가 왜 제모를 하지 않느냐, ‘겨털은 제모해야 한다’라고 말해 충격을 먹기도 했다”며 “하지만 커서 생각해보니 그것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았다”고 했다. 에이미(별명)는 “이번 행사를 통해 겨드랑이가 더럽고, 냄새나고 수치스러운 것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던 프레임에서 벗어난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지난 5일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의 한 단독주택형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017 겨털 살롱’에서 원으로 둘러 앉아 명상지도자 이현정씨의 지도에 따라 명상을 하고 있다.
여름은 ‘겨털’에게 수난의 계절이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지난 6월 한 달간 제모용품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101%나 급증했다고 밝히는 등, 때 이른 더위에 민소매를 입는 날이 늘어나면서 제모용품 판매량도 급증하고 있다. 곽씨는 “1915년 미국 질레트사에서 ‘겨드랑이에 털이 있는 여성은 아름답지 않다’는 광고 카피 문구를 만들면서부터 사람들이 여성의 털을 자연스럽지 않은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겨털’을 무조건 밀지 말자는게 아니라, 나의 ‘겨털’을 자세히 보고 제모에 대해서도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금비 기자, 최소연 교육연수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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