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 늦어도 당황말고 무선안테나 단 차를 찾으세요” 11년째 지각생 긴급수송작전 펴는 한국112무선봉사단
“수험생들! 늦어도 당황말고 무선안테나 단 차를 찾으세요”
“디에스제로 지케이 한국 112무선봉사대 본부, 지금 서대문구 북아현동에서 수험생 1명을 태우고 ○○고등학교로 이동 중이다. 학교 위치를 정확히 알려주기 바란다.”
11년째 대학입학 시험 날만 되면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비상등을 켜고 수험생 긴급수송작전을 펴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995년 창립한 ‘한국 112 무선 봉사단’이다.
이들은 흔히 ‘햄’(HAM)이라 불리는 아마추어 무선통신 동호인들이다. 빠르고 정확하게 소식을 전달할 수 있는 아마추어 무선통신의 장점을 활용해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하자고 모인 전국 26개 지부 2000여명의 회원들로 구성돼있다. 창립 이후 11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수능 시험 날마다 수험생 수송 봉사활동을 해오고 있다.
원래 모임을 만든 것은 긴급한 재난이 벌어졌을 때 인명 구조와 구호활동을 한다는 목표에 따라서였다. 하지만 이제는 철을 가리지 않고 아마추어 무전기의 힘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간다. 5월에는 미아찾기, 8~9월에는 홍수나 태풍 구호, 9~10월에는 산불 지역 봉사 등 1년 내내 ‘긴급 봉사활동’에는 빠지는 법이 없다.
이렇게 연중 이어지는 봉사활동 가운데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것이 바로 11월 ‘수험생 수송 작전’이란다. 시험 당일 오전 6시부터 8시30분 사이 시험장까지 시간 내에 가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학생들, 시험장까지는 왔는데 수험표를 빠뜨리고 와 집까지 되돌아가는 학생들…. 이들 모두가 112무선 봉사단의 손길이 필요한 대상들이다. 지난해 수능날에는 1000여명의 회원이 참여해 모두 850여명의 수험생들을 시험장으로 긴급 수송했으며, 매년 800~900명의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을 감안하면 11년 동안 적어도 1만여명의 학생들이 이들의 도움을 받은 셈이 된다.
“지난해에는 서대문구에서 한 학생을 태우고 수험장으로 가는데, 가는 도중 수험표를 안 가져 왔다고 울상을 짓더라는 거예요. 곧바로 무선연락을 통해 그 학생의 집으로 회원을 보내서 수험표와 학생을 고사장까지 따로 ‘공수’ 했지요. 수험표가 시험 시작 1분 전에 고사장에 도착을 했는데, 어찌나 땀이 나던지….” 이 단체 감명배(56) 단장은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리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의 ‘지각’이나 ‘실수’를 한 적이 없다”고 자랑했다.
올 해도 수능 준비를 이미 마치고 결전을 기다리고 있다. 회원 가운데 70% 이상이 자영업자라 수능날 하루는 일손을 놓고 수험생 수송에만 몰두할 수 있다. 올 해는 2000여명의 회원이 이미 봉사활동에 참여하기로 한 상태다.
“수험생 여러분, 올 해에는 일찍 일찍 시험장으로 가세요. 수험표도 잘 챙기시구요. 하지만 시험장소를 잘못 찾거나 늦었을 때, 무선통신 안테나를 달고 비상등을 켠 채 대기 중인 한국 112무선 봉사단 대기 차량을 보면 부담없이 이용하길 바랍니다.”문의 (02)401-0112.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