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신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8월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과학기술계 원로 및 기관장과의 정책간담회’에 들어가는 동안 공공운수노동조합 전국공공연구노조 조합원들이 박 본부장의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박 본부장은 이날 간담회 인사말을 통해 과거 황우석 사태와 연루된 자신의 행적에 대해 사과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서울대 교수들이 과학기술계와 정치권 등에서 임명 논란이 빚어진 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순천대 교수)의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퇴를 요구하는 서울대 교수’ 288명은 11일, ‘박기영 교수는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직에서 즉시 물러나야 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어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서 자신의 잘못에 대해 반성하거나 사죄한 적이 없고,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맡을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성명서 발기인에는 황우석 사태 당시 서울대 연구처장이었던 노정혜 자연대 교수를 비롯해 현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인 호원경 의과대학 교수, 우희종 수의대 학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교수들은 성명서에서 “박 교수는 황우석 연구의 문제를 알면서도 화려한 실적과 개인의 영달만을 추구한 양심 없는 과학자이거나, 황우석과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도 깨닫지도 못할 만큼 실력과 자격이 없는 과학자이거나 둘 중 하나”라면서 “이런 인물에게 새 정부의 과학기술정책과 20조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의 집행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길 수 없다”고 주장했다.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가 2005년 5월25일 서울 순화동 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열린 황 교수 연구지원 종합대책 회의가 끝난 후 관계자들과 악수하면서 밝게 웃고 있다. 왼쪽은 박기영 당시 청와대 정보과학기술 보좌관. 연합뉴스
이들은 이어 “한때 동료 교수였던 황우석 전 교수가 벌인 과학사기의 심각성과 교훈을 결코 잊을 수 없으며 잊어서도 안 된다”면서 “박 교수가 다시 과학기술 정책을 다루는 자리를 차지한다면, 황우석 사태 이후 한국의 대학 사회, 학문 사회가 연구 윤리를 정립하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을 송두리째 무시하는 것이며 한국 과학계에 대한 전면적인 모독이다”고 밝혔다.
끝으로 서울대 교수들은 “촛불 시민들이 만들어준 문재인 정부는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면서 “황우석 사태의 어두운 그림자가 새 정부가 나아갈 길에 어른거려서는 곤란하다. 박 교수는 즉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서울대 자연대와 의대 교수 등을 중심으로 한 발기인 32명은 전날인 10일부터 서명을 받았고, 이날 오전 11시까지 교수 288명이 서명에 동참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교수들은 오는 14일 오전 10시30분까지 서명을 받은 뒤, 최종 참여 명단을 정리해 발표할 예정이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박 신임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의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문 대통령께서 오늘 아침 (박기영 본부장 임명 논란에 대한) 언론 보도를 담은 보고를 받으셨다”면서 “오늘은 일단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과학기술계의 반응 등 상황을 유념해서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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