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오후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열린 '강제징용 노동자상 제막식'에서 강제징용 피해자인 김한수(99) 할아버지가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어루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 72주년을 맞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된 노동자들의 넋을 기리는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곳곳에 설치되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에선 처음으로 서울과 인천 부평에 각각 ‘강제징용 노동자상’이 설치된 데 이어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건너편의 ‘평화의 소녀상’ 옆에 또 다른 ‘강제징용 노동자상’ 설치가 추진되고 있다.
민주노총·한국노총 등으로 구성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12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 동상은 깡마른 모습의 강제징용 노동자가 오른 손에 곡괭이를 들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하고 있다. 동상 높이는 2.1m로 강제징용에 대한 설명을 담은 기둥 4개에 둘러싸여 있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조각가 김운성·김서경씨 부부가 제작했다. 이 동상은 지난 3월1일 설치될 예정이었지만, 땅 소유자인 정부가 부지 사용을 허가하지 않아 무산된 바 있다. 이번에도 정부의 부지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건립을 강행한 것이라 논란이 예상된다.
추진위는 같은 날 인천 부평공원에 강제징용된 부녀 노동자를 형상화한 1.8m 높이의 동상을 설치했다. 또 올 10월에 경남 및 제주 지역에도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설치하려고 준비 중이다. 민주노총 등은 지난해 8월 일본 교토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세웠지만 국내에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와 별개로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및 그 후손 등으로 구성된 대일항쟁기강제동원피해자연합회가 이달 15일 오전 11시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강제징용 노동자상 확정 기념식’을 연다. 이 단체 장덕환 사무총장은 이날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선친들이 겪은 고통을 가슴에 새기고 일제 식민지 36년의 한을 풀고자 일본대사관 앞에 강제징용 노동자 석상을 설치하려고 한다. 조각가 김운성씨에 의해 제작되고 있고 10월께 제작 완료된다”고 말했다. 장 사무총장은 “벌써 일본 쪽에서 움직임이 있다. 일본 언론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우리 사무실과 김운성씨 작업실 및 자택에 느닷없이 들이닥치고 있다. 일단은 차분히 구청 심의를 위해 공청회 절차 등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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