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사회일반

혼외아들에 써준 ‘상속각서’, 철회 가능할까?

등록 2017-08-14 18:46수정 2017-08-15 10:14

양육비 월 200만원 지급 판결 뒤 소송
‘사후 효력 증여’ 계약 탓 혼자 못바꿔
법원 “양육비로 보호장치 마련” 철회 가능 판결
각서.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각서.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ㄱ(48)씨는 2013년 내연 관계에 있던 ㄴ(41)씨를 상대로 각서를 한장 썼다. 자신이 죽으면 ㄴ씨와 사이에서 낳은 아들 ㄷ(6)에게 재산 일부를 넘기기로 하고, 15억원 상당의 부동산 근저당권까지 설정했다. 그런데 2015년, 친생자 관계 확인 소송을 맡은 법원이 친부인 ㄱ씨가 한달에 200만원씩 양육비를 줘야 한다고 결정하며 변수가 생겼다. 사후 재산을 넘기기로 약속한데다 양육비까지 부담하게 된 ㄱ씨는 각서 내용을 철회하겠다며 소송을 냈다.

상속을 약속하는 각서를 작성해놓고 한쪽이 마음대로 이를 철회할 수 있을까? 언제든 유언자가 내용을 바꿀 수 있는 유증(유언에 의해 사망 뒤 재산을 물려주는 것)이라면 가능하다. 그런데 ㄱ씨가 맺은 것은 사인증여계약(사망으로 인해 효력이 발생하는 증여 계약)이다. 재산을 넘기는 시기를 ‘사망 시점’으로 설정했기 때문에 내용은 유증과 매한가지이지만, 혼자서 하는 유증과 달리 사인증여는 두 사람이 ‘계약’을 맺는 형태다. 상속을 약속받은 사람 입장에선 유증보다 안정적이다. 이런 취지에 비춰볼 때, ㄱ씨의 마음이 바뀌었다고 해서 계약 자체를 손바닥 뒤집듯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재판부는 장고 끝에 친생자 관계 확인 소송 내용에 주목했다. 애초 ㄱ씨가 쓴 각서는 ㄷ이 ㄱ씨 친생자로 등록되지 않은 상황에서 ㄱ씨 사후 ㄷ의 양육과 상속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런데 2015년 소송으로 ㄷ이 ㄱ씨의 친자라는 게 확인됐고, 매달 200만원의 양육비도 지원되니 법적인 보호 장치가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게 법원 판단이었다. 서울고법 민사32부(재판장 박형남)는 “재산을 주고받는 사람 사이에 법률관계의 변경이 있고, 그로 인해 사인증여계약 목적이 충분히 달성될 수 있다면 사인증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증여와 유증 사이 ‘회색지대’에 있는 사인증여에 대해 법원이 유증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사인증여도 형식상 계약인 만큼 명확한 변수가 없는데도 무조건 철회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