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카드사 콜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ㄱ씨는 지난달 15일 고객에게 “아파트 관리비를 카드로 최초 납부하면 1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고객은 카드 납부를 택했고, ㄱ씨는 고객 계좌로 1만원을 송금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고객은 예전에도 카드로 관리비를 납부한 적이 있었다. 지난달 말 회사는 ㄱ씨에게 1만원을 공제하고 월급을 지급했다.
또다른 카드사의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사 ㄴ씨는 지난달 20일 고객에게 카드 연체금액을 잘못 안내했다. 20만원을 연체했는데 10만원이라고 안내해 고객은 10만원만 추가 입금했고, 이 때문에 연체자로 등록될 뻔했다. 고객이 항의하자 회사는 고객 계좌에 10만원을 입금해준 뒤 ㄴ씨 월급에서 5만원을 차감했다. ㄴ씨는 “상담사 실수를 빌미로 고객이 보상을 요구하면 회사가 그때그때 보상액을 결정해서 상담사에게 통보한다”며 “입사할 때 이런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회사에 항의했더니 ‘카드사(원청업체) 귀에 들어가면 콜센터 업체가 바뀐다. 일하기 싫으면 관두라’고 했다”고 말했다.
콜센터 업체들이 상담사 실수로 인한 손해액 중 상당액을 상담사들에게 자의적으로 부담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콜센터 회사들은 대부분 하청업체인데, 상담 과정에서 고객이 불만을 제기하면 원청업체 귀에 들어갈까 염려해 일단 고객에게 보상해준 뒤 그 부담을 직원에게 떠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가 직원 실수로 인한 손해액을 직원에게 떠넘기는 건 위법 소지가 크다. 박종명 법무법인 강호 변호사는 “판례는 직원 실수에 대해 ‘고의나 중과실이 아니라면 직원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지 못한다’는 입장이다. 사소한 실수까지 직원에게 책임을 씌우면 근로활동이 지나치게 위축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직원 실수로 인한 손해액을 월급에서 공제하는 것은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콜센터 위탁업체 관계자는 “상담사의 실수까지 회사에서 다 책임지라고 하면 경영이 어렵다. 입사할 때 ‘실수로 인한 손해발생액을 월급에서 공제한다’고 사전고지했으니 문제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부 관계자는 “근로기준법은 ‘임금을 직접 근로자에게 전액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노동자와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도 근로기준법 위반이다. 임금은 차감 없이 주어야 하고 손실이 있다면 사용자가 민·형사상 절차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