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가 2016년 1월6일 교무회의에서 직선제 총장선거를 위한 학칙개정안과 규정안을 부결시키고 간선제를 선택한 다음날인 7일 이 대학 학생 100여명이 실사구시관 앞에서 간선제 반대 집회를 하고 있다. 이들은 총장직선제 전환과 학생참여 비율 10% 이상 보장을 주장했다. 춘천/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제주대 총학생회 간부 등 학생 100여명이 제주대 본관 앞에 섰다. 이들의 손에는 ‘학생 투표 반영비율을 확대하라’는 펼침막이 들려 있었다. 차기 총장을 직선제로 뽑기로 합의한 제주대는 학생의 투표 비율을 어떻게 산정할 것인가를 두고, 총학생회와 전임교수 등 교원이 의견 대립을 이어왔다. 양은총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은 피교육자가 아닌 능동적인 교육 참여자다. 총장 선출에 적극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원 쪽은 교원 83%, 교직원 13%, 조교 2%, 학생 2%의 비율을 제안했지만 총학생회 쪽은 8%의 학생 투표 비율을 요구했다. 갈등 끝에 학생 투표 비율은 4%로 결정됐다.
일부 국립대가 총장 직선제 복귀를 결정한 가운데, 교수 외에도 학생, 교직원, 비정규 교수 등 학내 구성원의 투표 비율을 어떻게 산정할지를 두고 치열한 논의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대다수 교수는 ‘학생, 교직원, 동문, 비정규 교수의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에 원칙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오랜 시간 학교에 머물면서 학문과 진리를 추구하는 정규 교수들이 책임지고 총장 선거를 이끌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국립대 교수협의회 회장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생들은 교육의 수혜자로서 일정 기간 교육을 받으면 학교를 떠나게 된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학교 정책을 살펴보는 교원들의 선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립대 교수는 “마치 구성원 모두가 선거에 참여하는 것이 민주적인 양 포장해선 안 된다. 그 비율은 각 대학 사정에 맞게 민주적으로 조율해야 한다. 대학교수의 양식과 지성을 믿고 전임 교수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이 서로 견제할 수 있도록 교수 외 구성원에게도 실질적인 투표 비율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호응이 만만치 않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 3일 논평을 발표해 “일부 대학에서 교수 외 구성원도 투표에 참여시켰지만, 대부분이 매우 형식적인 비율의 참여만 보장해 실효성이 없었다. 교수 외 구성원 참여가 늘어나야 학내 민주주의를 더욱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진경 제주대 부총학생회장은 “등록금 인상 등 학교 정책에 실질적인 영향을 받는 것은 학생이다. 학생들의 의견이 묵인되지 않도록 투표 비율을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는 투표 참여 구성원과 비율을 두고, 한 차례 진통을 겪은 바 있다. 131년 학교 역사상 최초로 교내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직선제를 통해 김혜숙 총장을 선출했다. 14차례에 걸친 교수·직원·학생·동문 등 4자 협의체 회의 끝에 교수(77.5%), 직원(12.2%), 학생(8.5%), 동문(2.2%)으로 투표 반영 비율이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을 25% 내외로 확대하라”는 학생 사회의 요구는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교직원·동문까지 참여를 확대한 점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고한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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