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후보 ‘독립성’ 줄곧 강조
관료화된 사법행정에 각 세워
보수쪽 “법원 장악” 정치공세뿐
‘13기수 낮춰 경륜부족’ 비판엔
법조계 “30년이면 전문성 충분”
기수와 관례를 넘어 48년만에 비 대법관 출신 대법원장 지명으로 법원이 술렁이고 있다. 김명수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가 양승태 대법원장을 만나러 서울 서초동 대법원을 찾은 22일 오후 대법원 모습.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겨냥한 야당과 보수진영의 공세가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가 ‘진보’ 법관을 내세운 ‘코드 인사’로 ‘사법부 장악’을 노리고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에서는 “사법부와 재판의 독립을 일관되게 주장해온 김 후보자 지명을 두고 ‘법원 장악 시도’라는 정반대의 주장을 하는 것이야말로 해묵은 정치 공세”라고 반박한다. ‘기수 파괴’ 등으로 충격에 빠진 법원 내에서도 ‘사법부 독립은 진보, 보수 어느 한쪽의 지향이 아니다’라는 지적만큼은 일치한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강문대 사무총장은 22일 “대통령이 대법원장을 지명했다고 사법부에 관여해선 안 된다는 게 헌법상 원칙”이라며 “김 후보자가 수십년 법관 생활 동안 독립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왔고, 대통령도 독립성을 보장하려고 친분도 없는 그를 지명했을 것”이라고 짚었다.
최근 법원행정처의 권한 남용 사태나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 등이 불거진 상황도 ‘사법부 독립’ 필요성을 키웠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보수정부 시절 여러 시국사건에서 정권에 우호적인 판결들이 많았다. 대표적인 게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건”이라고 꼬집었다. 임 교수는 이어 “(지금껏) 대법관 제청을 대법원장이 하고, 그 제청을 받은 대법관이 다시 대법원장이 되다 보니 관료화된 사법행정이 전수돼 사법부 독립을 저해했던 것”이라며 “일선에서 재판하면서 사법행정 관료화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을 고민해왔던 이가 법관 독립을 보장하는 데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기존 관성에 워낙 익숙했기 때문에 법원뿐 아니라 정치권 등의 충격이나 반발이 심할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동안 문제로 지적됐던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는 방향에서 보면 제대로 된 인사다. 이번 후보자는 ‘대법원장이 중요하지 않은 법원’을 만들 수 있는 인사”라고 말했다. 법원 외부로부터 독립이라는 가치 못지않게, 내부적으로도 ‘윗선’의 눈치를 보지 않게 하는 법원을 만들 적임자란 뜻이다.
김 후보자가 법원 내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에서 ‘균형’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변호사)은 “지금껏 사법부가 지나치게 사회·경제적으로 기득권층에 치우치는 결정을 해왔다. 국민 입장에서 보면 정상적인 포지션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본다”고 진단했다. 전임자보다 10여년을 뛰어넘는 ‘기수 파괴’ 인사와 이에 따른 ‘경륜 부족’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박도 이어졌다. 이석태 변호사는 “임관해서 30년 넘게 아무런 문제나 치우침 없이 한결같이 판결해온 분”이라고 평가했고, 김성진 위원장도 “법원장까지 했으면 법원 내부에서도 역량과 전문성, 경륜 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일갈했다. 보수적 성향의 법원이 파격적 인사로 충격을 받았을 수는 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 입장에서 사안을 봐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도 지금 개혁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높다. 기존의 안정과 질서를 중시하는 사람이 또 대법원장이 되면 사법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바람을 충족시키기가 어렵다”고 내다봤다. 김 후보자가 ‘촛불’ 이후 개혁을 열망하는 주권자 국민의 일반적인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홍석재 서영지 기자 forchis@hani.co.kr[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정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