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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승마 지원·합병 ‘이재용 개입’ 했나…재판부 ‘현미경 검증’

등록 2017-08-23 15:09수정 2017-08-23 22:13

피고인 신문으로 본 이재용 재판 쟁점
“최씨가 대통령에게 악영향 주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
“이재용 부회장은 대주주로서
왜 합병을 남 일처럼 대했나?”
질문 통해 막판 고민 쟁점 드러내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리는 결심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호송차량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사건의 중요한 문제인데, 피고인이 생각하기에 대통령에게 잘 보이거나 밉보이거나 했을 경우 피고인 혹은 삼성이 얻을 수 있는 이익과 불이익이 어떤 게 있다고 생각했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좀 짜증은 냈지만 (대한승마협회) 사람 바꾸라는 건 간단한 거고 지원 잘해주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에 대통령이 삼성에 불이익 줄 거라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한 적 없다. (2016년 2월15일 3차 단독면담에서) <제이티비시>(JTBC) 언급했을 때는 잘못해서 정치적 오해를 받으면 보복받을 수 있겠다 정도의 위기의식을 느꼈다.”

지난 3일 ‘삼성 뇌물 혐의 재판’의 주심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 이필복 판사가 피고인 신문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주고받은 질문과 답이다. 재판 마지막 단계에서 진행하는 피고인 신문 중 특히 재판부 질문은 늘 주목 대상이다. 질문만으로 유무죄 심증을 알 수는 없지만, 선고를 앞둔 재판부가 막판까지 고민하는 쟁점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25일 선고만을 남긴 이 부회장 재판 또한 재판부 질문에서 향방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여러 질문 중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삼성이 최순실씨의 코어스포츠에 주기로 약속한 213억원의 승마지원 문제였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대통령의 승마지원 요구는 정씨의 지원 지시고, 삼성은 경영권 승계 관련 현안의 도움을 받기 위해 지원했다”며 뇌물이라고 주장했지만 삼성 쪽은 “최씨의 영향력 때문에 올림픽을 대비한 승마 선수 지원이 정씨 단독 지원으로 변질됐다”고 반박하고 있다. 재판부는 1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의 피고인 신문에서 승마지원을 집중적으로 물어봤다. 권은석 판사가 “대통령 요구가 올림픽을 지원하라는 건데 삼성에선 올림픽 지원은 이뤄진 건 하나도 없고 정씨만 지원됐다. 대통령 요구가 이뤄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을 걱정하거나 질책받은 건 없나”라고 묻자 장 전 사장은 “없다”고 답했다.

“대통령의 요구와 삼성의 지원을 요약하면 대통령의 요구는 올림픽을 지원하란 것이다, 정유라씨를 지원하게 해달라고 한 것은 최순실씨 요구다, (삼성은) 두 가지를 연결지어 생각하지 못했고, 이재용 피고인이 대통령으로부터 질책을 받은 건 최씨가 모함했기 때문이다?”

“네.”

“대통령 요구가 올림픽을 지원하라는 건데 삼성에서 그 뒤(2015년 7월25일 단독면담)로 올림픽 지원은 이뤄진 건 하나도 없다. 대통령 요구에 대해 하나도 이뤄진 게 없는 것 같은데 이런 부분을 걱정하거나 질책받은 건 없나.”

“없다. 당초 저희가 세운 계획은 정씨 포함해 6명의 선수를 지원하는 건데 그 과정에서 최씨가 방해해서 변질된 거다.”

“최씨 영향력이 겁나서 승마지원은 정씨가 반드시 포함되는 방향으로 된 건가?”

“네.”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5년 7월25일 단독면담에서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내가 부탁했는데도 삼성이 대한승마협회 맡아서 지금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크게 질책했다고 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독대 30분 중 15분 동안 승마 얘기만 하더라, 대통령 눈빛이 레이저빔 같을 때가 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무슨 말인지 알겠더라는 얘기까지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관련 질문은 거의 없어, 재판부가 특별히 승마지원의 성격을 눈여겨보고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재판장인 김진동 부장판사도 삼성이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나 ‘최씨의 영향력’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었는지 등을 집요하게 물었다. 김 부장판사는 “(삼성은) 최씨가 대통령 뜻을 가장해 정씨가 지원받는다고 인식했다는 것인가?”, “최씨가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끼쳐 삼성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장 전 사장이 “대통령에게 고자질할 수 있다”고 답하자, 다시 김 부장판사는 “개인적, 사적 고자질로 삼성에 대해 대통령이 악영향을 주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 “그 정도의 일러바침이 삼성에 의미 있는 영향력이 되느냐”고 재차 질문을 쏟아냈다.

“대통령의 뜻을 특정인(정유라씨) 지원으로 안 받아들였고, 최순실씨가 대통령 뜻을 가장해서 정유라 지원을 받는다고 인식했다는 거 아닌가.”

“그런 부분도 있다.”

“그럼 최순실씨가 대통령에게 영향을 끼쳐서 삼성에 나쁜 영향 끼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대통령에게 고자질할 수 있다.”

“개인적, 사적 고자질로서 삼성에 대해 대통령이 악영향을 주면 감당할 수 없다고 생각했나.”

“자기 딸을 지원해주지 않아서 삼성이 문제가 많다고 하지는 않았을 거로 본다. 자기 나름대로는 올림픽 준비를 제대로 안 한다고 얘기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 정도의 일러바침이 삼성에게 의미 있는 영향력이 되나.”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할 때 저희가 기대하는 건 덕담이다. (이 부회장처럼) 질책한 과거 사례 거의 없었다.”

“이 부회장은 현안 해결과 승마지원 등에 직접 관여한 바 없다”는 삼성 쪽 주장도 재판부는 여러 각도에서 검증했다. 권은석 판사는 이 부회장에게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과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은 대주주 관점에서는 가장 이해관계가 크다고 볼 수 있는데 남의 일처럼 회사 일 차원에서 존중했다는 부분이 어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제 지분과 상관없이 그 회사의 의사결정은 경험 많고 능력 있는 분이 해야 한다. 제가 그걸 신뢰했다는 거지 남 일처럼 방관했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이필복 판사는 2일 최지성 전 미전실장(부회장)에게 “피고인들께서 적어도 대통령이 화를 내는 이유가 최씨가 고자질했을 것 같다고 상당히 높은 정도로 인식한 것 같은데, 그 정도는 이재용 부회장에게 보고할 수 있지 않나?”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전 부회장은 “부회장이 알아도 뭐하겠나 하는 생각이 들고 나중에 곤란하면 제가 물러나면 되지 해서 얘기 안 하는 거로 했다. 오만하게 생각한 것 같아 후회스럽고 반성한다”며 이 부회장은 몰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판사는 2015년 7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독대 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에게 ‘승마협회 지원 문제에 신경을 안 쓰게 해달라’고 말한 점을 언급하며, 이 부회장에게 “이건 어떻게 보면 지시라고 볼 수도 있는 것 같다. 그렇게 말씀하신 이유가 뭐냐”고 캐묻기도 했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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