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도 없이 ‘365일 근무’가 당연한 일처럼 인식돼온 ‘자영업’의 영업 방식에 새바람이 불고 있다. 쉴 땐 쉬고, 휴가도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쉬는 것’을 영업전략 삼아 고객몰이를 하는 이들도 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젊은 세대들이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벌어지는 ‘신풍속도’라는 풀이가 나온다.
여름휴가를 맞아 서울에 놀러 온 박으뜸(31)씨는 지난 8일 성북구 동소문동의 ‘기념일 프로젝트’라는 케이크 카페에 갔다가 되돌아왔다. 일주일 중 절반인 일·월·화요일이 정기휴일이란 사실을 몰랐기 때문이다. 박씨는 “월요일에 쉬는 가게는 종종 봤지만 화요일에도 쉬는 줄은 몰랐다”며 “영업일에 맞춰 꼭 다시 찾겠다”고 말했다.
일반 직장인들의 출퇴근 시간과 똑같이 운영하는 가게도 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위치한 ‘리사르 커피’의 영업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주말엔 영업하지 않는다. 광진구 구의동의 카페 ‘이즈빈’도 마찬가지다.
한달 이상 휴식기간을 갖는 자영업자들도 있다. 종로구 옥인동의 카페 ‘노멀사이클코페’는 지난 5월부터 ‘장기간 휴무’를 공지하고 정비 기간을 갖고 있다. 출장요리 업체 ‘홈그라운드’는 공식 에스엔에스(SNS)에 “8월 동안 휴식기를 갖겠다”며 “좋은 기운으로 충전하고 9월의 예정된 행사를 준비하는 기간으로 보내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들이 비싼 가겟세에도 불구하고 휴식시간을 넉넉히 갖는 건 ‘지속 가능한 영업’을 하기 위해서다.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고 체력도 관리하는 등 재충전의 시간이 있어야 꾸준히 장사를 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의 행복보다는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2030 젊은 세대 가게 주인들의 가치관도 반영됐다.
일부 카페들은 휴무를 일종의 영업 전략으로 삼기도 한다. ‘언제 문을 열지 알 수 없다’는 점을 오히려 고객 호기심을 자극하는 요소로 활용하는 것이다. ‘노멀사이클코페’나 망원동의 ‘이름없는 카페’는 간판도 없고 홍보도 하지 않으며, 고객이 사진을 찍어 에스엔에스에 올리는 것도 금한다. 영업시간은 카페 공식 에스엔에스를 통해서만 알리는데, 보통 평일 낮 12시부터 4시간 동안 운영한다. 어떤 날은 ‘오늘은 저녁에만 운영한다’, ‘오늘은 하루 종일 쉰다’ 등의 내용이 공지되기도 한다. 고객으로선 에스엔에스를 확인하지 않고 갔다가는 헛걸음할 수도 있기에 불편하다고 느낄 법한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고객들에게 이곳을 ‘특별한 곳’으로 인식시키기도 한다. 정혜령(30)씨는 “처음엔 이런 운영 방식이 낯설고 불편했지만 이젠 오히려 매력있게 느껴진다”며 “시간이 맞아야만 갈 수 있는 곳인데다, 홍보도 하지 않는 곳이라 더욱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신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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