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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사회일반

“파렴치 아파트 되지 맙시다” 아파트 공고문 화제

등록 2017-08-25 13:28수정 2017-08-25 14:18

서울 구로구 천왕연지타운 아파트 ‘양심계약서’ 안내문
“경비원 해고 없이 적법하게 최저임금 인상 의결하겠다”
강남 한 아파트의 열악한 경비원 근무환경과 비교되면서 화제
사진 천왕연지타운2단지 관리사무소 제공.
사진 천왕연지타운2단지 관리사무소 제공.
“뉴스에 나오는 파렴치한 아파트는 되지 맙시다!”

화장실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등 경비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이 공분을 사고 있는 가운데, 한 아파트 안내문이 누리꾼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지난 18일 서울 구로구 천왕연지타운 아파트 게시판에 ‘양심계약서’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붙었다. 공동주택대표회장 명의로 붙은 이 안내문은 경비원들의 임금 인상 사실을 아파트 주민들에게 알리는 내용이었다. 안내문에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바르고 착한 마음’이라는 부제가 적혀 있었다.

아파트 공동주택대표회의는 게시물에서 “항상 경비·미화 최저임금 인상으로 뉴스에 화제가 되는 것은 온갖 편법으로 경비원을 해고하고 휴게시간을 늘려가며 임금 인상을 안 하려 노력하는 아파트”라며 “저런 뉴스에 나오는 파렴치한 아파트는 되지 말자”고 운을 뗐다. 이어 “2018년 1월(에도) 현재와 같이 휴게시간을 동결하고 고용을 보장하며 최저임금을 적용하도록 의결하겠다”고 공동주택대표회의 결과를 밝혔다. 뒤이어 “여러분도 흔쾌히 박수를 주시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입주민들의 동의를 구했다.

2018년부터는 최저임금이 16% 인상돼 시간당 7530원이 적용된다. 아파트 입주민의 부담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부 아파트는 이를 피하려 경비원을 해고하거나 휴게시간을 늘려 근무시간을 줄이는 식으로 인건비 지출 상승을 피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비원들은 휴게시간에도 사실상 일을 계속해야 하는 처지라 이런 방식은 꼼수라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 아파트는 이런 편법을 쓰지 않고 최저임금 인상분을 온전히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강지원 천왕연지타운2단지 관리사무소장은 2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경비원분들께서 해고 등의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안심하시라는 의미에서 미리 동대표회장단이 회의를 열어 그 결과를 안내문에 게재하게 됐다”고 밝혔다. 강 소장은 “우리 아파트를 시작으로 다른 아파트에도 변화가 일어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경비원분들께서 고용 안정성 등 처우와 관련된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진 <YTN> 화면 갈무리.
사진 화면 갈무리.
한편 서울 강남구 개포동의 한 아파트는 경비원에게 비인간적인 근무 공간을 제공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돼 뭇매를 맞았다. 이 아파트의 경비원은 좁은 화장실에서 밥을 짓고 쪽잠을 자며 24시간 교대근무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천왕연지타운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은 “당연한 일인데 칭찬을 받는 현실이 슬프다”며 “이런 인식이 보편화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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