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유죄가 선고되는 과정은 우여곡절과 반전이 반복된 한 편의 드라마 같았다. 이 부회장의 첫 번째 영장이 기각됐고, 세기의 재판답게 재판부가 2번이나 바뀌는 등 탈도 많았다. 주말을 포함해 평균 2~3일에 한 번씩 총 53차례 재판이 열렸고, 58명이 증인으로 섰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위기의 순간마다 ‘깜짝 카드’를 내밀며 반전을 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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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의 첫 번째 반전카드는? 지난 1월19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첫 위기가 닥쳤다. 서울중앙지법이 이날 새벽 특검이 청구한 이 부회장의 첫 번째 구속영장을 “법리상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기각한 것이다. 당시 특검 수사에 급제동이 걸렸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하지만 특검은 ‘정면 돌파’를 택했고, 보름 뒤인 2월3일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삼성 승계와 관련된 금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를 압수수색했다. 또 보강수사를 바탕으로 최순실씨 모녀에 대한 승마지원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뿐 아니라 중간금융지주회사 등 삼성 승계 전반과 관련한 ‘대가’라고 판단해 두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결국 2월17일 삼성 총수 일가 중 이 부회장을 처음으로 구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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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반격, 어떻게 돌파? 재판과정에서 삼성의 반격과 여론전은 만만치 않았다. 한때 재판에서 특검이 삼성 쪽에 밀리는 것 아니냐는 소문까지 돌았지만, 그때마다 ‘깜짝 손님’이 등장했다. 지난 7월12일 최씨 딸 정유라씨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엄마가 ‘삼성에서 말을 바꾸라고 한다’고 했는데 (삼성에서 말 교체를) 어떻게 모를 수 있는지 더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도 이틀 뒤 증인으로 나와 “삼성의 출자구조는 국내의 규율 변화에 따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해서 승계구도를 안정화하기 위해 추가 작업을 해야 할 필요성을 강하게 느꼈을 것”이라며 삼성의 논리를 반박했다. 뒤늦게 청와대에서 발견된 박근혜 정부의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검토 문건도 삼성 재판에 힘을 보탰다. 재판부도 선고 때 민정수석실에서 작성한 이 문건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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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결정적 증거였나? 재판 과정에서 삼성은 결정적인 ‘스모킹건’이 없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부의 선고 내용을 보면 ‘안종범 수첩,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 장충기 문자…’ 등 이 부회장의 혐의를 입증할 자료는 특검의 설명대로 ‘차고 넘쳤다’. 특검이 재판에서 제시한 ‘대통령 말씀 참고자료’, ‘안종범 수첩’ 등은 박 전 대통령 독대 상황을 재구성하고,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포괄적 대가관계를 입증하는 디딤돌이 됐다. 2015년 7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2차 비공개 독대’를 두고 청와대가 준비한 말씀 자료에는 ‘메르스 사태’, ‘지배구조 개편’, ‘임기 내 승계 문제 해결’ 등의 내용이 등장했고, 이는 박 전 대통령이 삼성의 승계 현안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는 증거가 됐다. 특검이 제출한 장충기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도 반향이 컸다. 재판부는 장 전 사장의 문자메시지를 인용하며, “삼성이 동계영재센터를 지속적으로 추적하며 진행 경과 등을 확인했다는 점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