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 무대에 오르는 이유정(49·사법연수원 2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검사를 그만두고 1996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 이후 줄곧 기본권 보장과 여성 인권 문제에 관심을 쏟아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법조계에선 이 후보자의 이런 이력이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고, 헌법재판소의 다양성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야당은 그의 ‘정치 편향’과 ‘주식 차액’, ‘불법 증여’ 의혹 등을 거론하며 혹독한 검증 공세를 예고했다.
여성 인권과 관련한 이 후보자의 변론 중 눈에 띄는 사건은 지난 1999년 결혼했다는 이유만으로 사직서를 내야 했던 ‘대한제분 김아무개씨 구제 소송’이다. 사무직 여직원이던 김씨는 ‘결혼과 동시에 사직하겠다’는 계약서를 쓰고 입사했다. 이 회사는 당시 여성들만 썼던 ‘사직 계약서’ 때문에 창사 이후 기혼 여직원이 한 명도 없었다. 이 후보자가 이 사건을 맡았고, 당시 1심에서 승소했다. 2·3심에선 “김씨가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냈다”는 이유로 잇따라 패소했지만, 지금까지도 이 사건은 여성 차별적인 판결의 상징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이 후보자는 “법원이 남성 위주의 보수적 판례를 답습하는 데다 성차별 관련 법안이 포괄적, 추상적”이라고 비판했다. 이 후보자는 2005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호주제 위헌 소송’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지난해부터는 수사 기관에 민감한 개인정보가 무제한 제공되거나, 수배 피의자와 가족들을 손쉽게 위치를 추적했던 수사 관행에 제동을 거는 변론에도 적극 참여했다. ‘사법살인’이란 오명을 남긴 ‘2차 인혁당 재건위 사건’(1974년) 재심사건 변론에도 참여해 2007년 무죄 판결을 받은 데 이어 국가배상청구 소송에서도 승소를 끌어냈다. 과거 정권 차원의 고문·조작 사건 가운데 재심 무죄판결과 손해배상을 모두 받아낸 첫 사례로 평가받는다. 현재 1심이 진행 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생존 학생들이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사건도 맡고 있다.
하지만 청문회에서는 후보자의 자질 검증보다는 특정 정당과 후보자 지지를 선언했던 과거 활동과 주식투자 관련 의혹 검증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야당은 지난해 2월 법관인 배우자의 재산 신고액이 4억2600여만원이었다가, 이번 후보자 지명 뒤 16억5300여만원으로 뛴 경위에 주목하고 있다. 이 후보자가 9165주를 가진 상장사 주식이 1년 만에 3.8배 폭등했는데, 야당은 내부 정보 이용 등을 의심하고 있다. 이 후보자는 27일 국회에 낸 서면답변서에서 “주식투자를 적절한 재산증식 수단으로 생각해 일찍부터 투자를 해왔다”면서 “해당 상장사는 주식투자 경험과 시장분석에 따라 회사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매입한 것이고, 회사 관계자 등을 알지 못한다”고 해명했다.
부장판사를 지낸 이 후보자 남편이 옥스퍼드 법대에 유학 중인 장녀(22)의 재산을 수년간 누락해 허위로 재산신고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2016년 2월 신고된 장녀 명의의 6000여만원 예금이 최근 계좌가 추가돼 1억6000여만원으로 늘어,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이 후보자는 서면답변에서 “장녀의 영국 유학에 필요한 학비와 체류비 등을 위해 해외 송금을 한 것으로, 자녀교육을 위한 비용 지출”이라고 해명했다.
홍석재 김남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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