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자신의 횡령·배임 의혹과 관련해 증거인멸에 관여하는 장면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28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신 구청장이 지난달 21일 부하 직원 ㄱ씨와 함께 강남구청 전산센터 서버실에서 전산 자료를 삭제하는 모습이 담긴 폐회로텔레비전 영상이 있다”며 “강남구청 전산정보과 서버실을 비춘 이 영상을 보면, 신 구청장이 오후 6시 업무시간 이후 서버실에 들어가는 모습, ㄱ씨와 함께 있는 모습 등이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강남구청 내부 전산 자료를 삭제해 경찰 수사를 방해한 혐의(증거인멸)로 ㄱ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ㄱ씨가 폐기한 내부 자료는 ‘출력물 보관시스템 서버’로 누가, 언제, 어떤 내용을 출력했는지 등을 추적할 수 있는 일종의 보안 시스템이다. 여 의원은 “경찰은 증거인멸에 가담한 신 구청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며 “신 구청장이 등장했는데도 ㄱ씨 단독 범행이라며 불구속 입건했다. 왜 신 구청장의 증거인멸 범행을 그대로 뒀는지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인 범죄에 관한 증거인멸은 죄가 되지 않는다. 내부 자료 폐기를 지시했다면 공문서 무단 파기 혐의를 적용할 순 있다”며 “현재 ㄱ씨는 신 구청장에게서 증거인멸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단순히 범행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입건할 순 없다”고 설명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ㄱ씨가 지운 것은 직원들이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이메일 등 업무와 무관한 자료”라며 “삭제 전 담당 부서에서 법률 검토까지 마친 사항”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신 구청장이 ㄱ씨와 전산실을 간 것은 맞지만, ㄱ씨가 불필요한 자료를 지우겠다고 보고하자 이참에 서버와 하드웨어를 직접 한번 보려고 전산실을 찾은 것뿐”이라고 밝혔다.
대선을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방하는 글을 올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신 구청장은 현재 포상금 등 구청 예산 일부를 횡령하고, 업무 위탁 과정에서 19억원대 손실을 끼친 혐의(배임) 등으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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