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 위한
공정위·청와대 영향력 행사도
‘통상적 의견 교환’으로 간주해
공정위·청와대 영향력 행사도
‘통상적 의견 교환’으로 간주해
법원이 지난 25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선고 때 ‘삼성이 개별 현안에 대해 청와대에 청탁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부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법조계에선 재판부가 삼성의 전방위적 로비에 면죄부를 줬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김진동)의 판결문을 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 개별 현안에 대해 이 부회장이 단독면담 때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명시적으로 청탁했다거나, 미래전략실 임직원들이 묵시적·간접적 청탁을 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 근거로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2차 단독면담(2015년 7월25일) 때 이미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해 현안이 해결됐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실제 재판에선 이 부회장이 그해 7월7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만나 합병 성사를 언급했고, 미전실 임원들이 홍 전 본부장과 국민연금 관계자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이상훈 변호사는 “경영권 승계의 핵심인 합병을 두고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얘기가 오가지도 않았는데 홍 전 본부장 등 복지부 및 국민연금 공무원들이 알아서 행동했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삼성이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와 청와대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을 두고 “통상적 의견교환”이라고 본 재판부의 판단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왔다. 재판 과정에서는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 등이 삼성 관계자와 접촉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의 독촉을 받은 뒤 삼성의 처분 주식 수를 줄여준 과정이 자세히 드러났다. 하지만 재판부는 “안 전 수석 등이 신규 순환출자고리 해소 문제를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다”는 등의 이유로 청탁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이 변호사는 “삼성이 공정위 실무자에게 막히자 청와대에 가서 문제를 해결한 정황이 나왔는데도 청탁이 없었다고 하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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